‘타인지연 왈리왈율(他人之宴 曰梨曰栗)한다’라는 옛말이 있는바 직역하게 되면 ‘남의 잔치에 배 놓아라 밤 놓아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한자 용어는 아니나 그 속뜻의 행태는 현상에서 자주 나타나니 즉 남의 일에 끼어들어 쓸데없이 참견함을 이르는 말이다. 또 ‘콩 놔라, 팥 놔라’는 내용도 동의어로 함께 쓰이는바 타인의 그 간섭과 참견이 상대방의 영역에서 허용되는 것이라면 몰라도 사적 권한에 속하는 것이라면 이는 간섭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사회에서는 정치인들의 발언들이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내용의 사실 여부를 가리지 않고 우선 쏟아내는 경향이 있어 나중에 막말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는데, 우선 하고 보자는 심사인 것 같다. 요즘 같이 대선 후보가 결정되고 상호 경쟁을 하고 있으니 해당 선대위나 당 지도부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멘트가 나온다. 그 멘트가 정책적이면 몰라도 상대후보 비방의 경우에는 행위에 대한 근거 있는 사실 여부를 팩트체크 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현실적으로 허다하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5일 최고위원회에서 행한 “이재명 후보가 조작과 좌표찍기하라고 지령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보를 교체하는 게 순리다”는 말은 어폐가 있어보인다. 이 후보가 과거 드루킹처럼 여론조작한 것인지 확인되지 아니한 마당에, 설령 그렇다치더라도 이 건에 대해 김 원내대표가 남의 당 일을 갖고서 ‘콩 놔라 팥 놔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럴 리 만무하겠지만 민주당이 후보 교체를 하는 것은 민주당 자체의 사정이다. 야당 원내대표가 여당 후보를 교체하라고 해서 정당민주주의 절차를 거쳐 결정된 후보를 교체할 수는 없다.

김 원내대표의 “민주당 후보 교체가 순리” 발언은 여당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민주당에서 윤석열 후보를 두고 문제가 있으니 국민의힘에서 후보를 당장 바꿔라 할 경우 이 요구를 받아들일 텐가. 그래서 정치적 제스처라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여론 댓글 조작 행위가 남아있기 때문인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최측근이었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8만개에 이르는 언론 보도에 118만개의 댓글을 조작한 행위는 중대한 선거범죄이다.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의 요체의 하나다. 당헌, 당규에 따른 후보 선정기준과 절차를 거쳐 당원과 국민여론으로 후보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것을 두고 상대 당이 타인지연에 왈리왈율해서는 안 된다. 정당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근간이 되는바, 이렇게 본다면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의 ‘후보 교체’ 발언은 정도를 넘어도 한창 넘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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