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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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0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다녀왔다. 경선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을 사과하기 위함인데, 가는 걸음에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찾았고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했다.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았을 때는 유가족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직접 분향은 하지 못했지만 그 앞에서 참배와 함께 방명록을 쓰고 사과에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5월 정신을 더한층 기리겠다는 뜻을 알렸다.

윤 후보는 분향·헌화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겠으나 유족들의 입장이 완강했으니 달리 방도가 없었을 터, 그날 현장 사정을 통해 광주민주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 점에서 윤 후보는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고 방명록에 글을 남긴 것인데, 방명록 맞춤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소속의 이경 부대변인은 “(윤 후보가) 연습하고 갔을 텐데 한글도 모르다니”라며 “이젠 웃음도 안 나온다”고 비난한 것이다.

방명록에 적은 ‘반듯이’라는 단어는 ‘반드시’라고 적어야 맞다며 윤 후보에게 “한글도 모른다”느니 하면서 “그동안의 실언과 망언이 진짜 실력인 듯하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다니”라고 윤 후보를 직격하고 나선 것이다. 이어서 이 부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를 보내는 국민이 계신다”며 “민주당은 이 사람(윤 후보를 지칭)의 무지와 무능을 그저 웃어넘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선이라는 판국에서 언론 실무자인 부대변인이 상대 후보가 잘못했을 경우 파고들어 그 잘못을 정확히 알리고 폄훼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문제다.

거기에 부화뇌동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직접 나서서 상대후보에게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언론에 공개하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닐 수 없다. 논란이 된 방명록 글자,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에 대해 한번 따지고 보자. 윤 후보의 방명록은 맞춤법에서나 어순에서도 전혀 틀린 게 없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월 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5월 정신이 비뚤어져 있다는 의미로 모독”이라 단언했고 “반듯이가 제대로 쓴 것이라면 더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글 맞춤법이나 용법을 제대로 모르면서 나름대로 개인적 견해를 언론에 흘린 것이다.

사전적 의미나 문법적 용례로 본다면, 반드시는 ‘틀림없이 꼭’이라는 의미이고, 반듯이는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아니하고 바르게’ 또는 ‘아담하고 말끔하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후보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듯이가 제대로 쓴 것이라면 더 문제”라고 했다. 이것은 ‘오월 정신 모독’이라고까지 했다. 이에 윤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월의 정신이라는 건 우리가 추구해야 할 헌법 정신이고 국민통합 정신”이라며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라서 오월 정신을 국민통합 정신으로 봐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그러함에도 기본적 어의조차 모르고 그저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여당후보의 이 같은 잘못된 주장은 이 후보의 일방적인 것이지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국어전문가들도 알 수가 없다. 고작 이유를 댄 것이 윤 후보가 ‘반듯이’라 썼으니 지금까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5월 정신이 비뚤어져있다는 것이냐는 따짐인바, 상대방 방명록 글씨 한 자의 의미를 따지는 이 후보의 편견은 자신의 문제의식이 초등학교 수준에 지나지 않음을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쯤 되자 권위 있는 대한민국 국립국어원이 나섰다. 국어원 한 관계자는 ‘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는 표현이 문법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문맥 전개에 있어 정치적 영역이나 한글맞춤법에 의한 용례가 다르긴 하지만 문제가 됐던 윤 후보의 참배록 글씨는 정치적인 게 아니라 한글맞춤법에서도 하등의 잘못이 없다. 이것을 트집삼아 상대당 부대변인이 문제를 제기하고, 덩달아 이재명 후보까지 나서서 공격한 것은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억지로 내용의 잘잘못을 사전에 따지지 아니하고 비판만 하려 들고, 합리적이지 아니한 이런 이야기들을 하게되면 무식이 탄로 나고 후보 당사자에 대한 국민 마음이 멀어진다는 것쯤은 알아야 할 터.

각설(却說)하고, 대선 4개월 전 지지도가 본선까지 계속 이어진다는 말이 있다. 20대 대선을 포함해 최근까지 치른 대선에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4개월 전까지는 지고 있다가 후보단일화가 성사돼 본선에서 이겼고, 나머지 대선의 경우 적중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지도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후보가 상대후보 공격은 좋으나 얼토당토하지 않은 것은 ‘누워서 침뱉기’꼴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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