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요소수 입고 시 1인 1개 구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한편 청와대는 요소수 수급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서관실이 공동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대응체계와 동일한 경제·외교가 종합된 대응체계를 구축해, 국내 산업계·물류업계 등과 협력하고, 중국 등 생산국과의 외교협의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1.1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요소수 입고 시 1인 1개 구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천지일보 2021.11.5

품귀현상에 ‘물류대란’ 위기

웃돈 주고도 못 사는 요소수

국민 “구하기도 힘들고 없어”

정부, TF팀 구성해 운영 돌입

전문가 “업종별 피해 클 것”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요소수 품귀현상에 한국 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가장 큰 문제는 요소수가 수시로 필요한 대형 화물차들이 운행을 멈추는 것이다. 이는 곧 물류대란으로 이어져 산업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 의존도가 절대적인데 그런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제한해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시작된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화물차들이 점점 운행을 멈추고 있다.

수출과 수입이 주된 우리나라의 산업 환경상 물류 운송이 필수적이다. 이에 화물차가 멈춰 서면 물류대란과 함께 산업 전반에 마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귀한 몸 된 요소수는 무엇?

웃돈을 주고라도 구할 수 없는 귀한 몸이 된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암모니아를 원료로 하는 유기화합물질로 농업·공업용 등 다양하게 쓰이는 범용화학소재다. 과거에는 국내에도 요소 생산 공장이 있었지만 값싼 중국산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사라졌다. 현재는 국내에 요소를 생산하는 공장은 없으며, 요소수를 생산하는 업체는 롯데정밀화학 등이 남아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비중은 97%다.

요소수는 디젤(경유) 차량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꾸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간다. 2015년부터는 유럽 배출가스 기준의 유로6 등급이 도입돼 디젤엔진 차량에 SCR이 필수로 탑재됐다. 현재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중 60%인 200만대 정도에 SCR이 부착됐는데, 이런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요소수가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가 멈춰 서 있다. ⓒ천지일보 2021.1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가 멈춰 서 있다. ⓒ천지일보 2021.11.5

◆요소수, 어떻게 귀한 몸 됐나?

요소수가 귀한 몸이 된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에 있다. 우리나라는 요소의 97%를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데 중국에서 요소를 만드는 석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중국은 호주에서 석탄을 수입해 오는데 중국과 호주 간 무역 분쟁으로 석탄 공급 길이 끊긴 것이다. 아울러 중국 내 석탄 채굴장도 홍수피해로 중국 내 석탄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요소 재고량이 최저로 떨어져 중국 정부에서 수출문을 닫은 것이다.

◆국민은 발 동동… 당장 내일 위기

요소수 대란에 가장 혼란스러운 건 국민이다. 국민들은 요소수 구매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화물차를 운행하는 국민은 당장 내일 운행도 걱정이다. 화물차의 경우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인 약 400㎞마다 요소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웃돈을 줘서라도 구매에 나서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시중가보다 몇 배나 높여서 ‘요소수를 판매한다’는 글도 올라왔으며, ‘요소수를 산다’는 구매 요청 글도 가득했다. 사기 피해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해외 직구로도 구매에 나섰다. 요소수 해외 직구의 경우 배를 이용해서 운송이 되다 보니 무게와 부피가 큰 요소수는 요소수 가격보다 운송비용이 크다. 이럼에도 당장 필요하기에 구매에 나선 것이다.

굴삭기 기사인 김삼수(63, 남)씨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요소수가 구하기도 힘들고 없어서 걱정”이라며 “요소수가 없으면 일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지금 화물차나, 다른 기계들도 다 난리”라며 “공사장에서도 장비 수급이 많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 장비가 없으면 건물 건설에서도 지장이 생기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가 멈춰 서 있다. ⓒ천지일보 2021.1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가 멈춰 서 있다. ⓒ천지일보 2021.11.5

◆뒤늦게 수습 나선 정부

이 같은 상황에 정부가 뒤늦게 상황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는 5일 국내 요소수 수급 불안 문제해결을 위해 비서관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청와대 TF를 컨트롤타워 격으로 세워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TF는 각 부처 내 TF와 연계해 경제·산업·국토·농해수·기후환경·외교 등 관련 분야별로 주요 대응실적을 점검하고 대응계획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들은 요소수 수급이 안정화 될 때까지 일일 비상 점검체제로 운영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응체계와 동일한 경제·외교가 종합된 대응체계를 구축해 국내 산업계·물류업계 등과의 협력체계, 중국 등 요소 생산국과의 외교협의 등 다양한 채널의 종합적인 활용을 위해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 또는 요소수를 차량용 요소수로 전환하는 데 대한 시험에 나섰다.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 또는 요소수를 차량용 요소수로 제조해 사용할 수 있는지, 이 경우 대기환경 및 국민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를 거쳐 11월 셋째 주 초에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먼저 산업용 요소와 요소수 시료를 확보해 성분을 시험·분석 중이다. 이어 실제 자동차에 주입해도 괜찮은지 오염물질 배출 농도 등을 분석한 후 분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요소수 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한편 청와대는 요소수 수급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서관실이 공동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대응체계와 동일한 경제·외교가 종합된 대응체계를 구축해, 국내 산업계·물류업계 등과 협력하고, 중국 등 생산국과의 외교협의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1.1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요소수 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 ⓒ천지일보 2021.11.5

◆전문가 “1~3개월 대응 중요해”

전문가들은 요소수 대란으로 피해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업용 요소와 요소수를 차량용을 바꾸는 방안에 대해 “요소수의 순도와 농도가 맞지 않으면 SCR이 고장 날 수 있다”며 “차량용 요소수의 순도와 농도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공업용 요소와 요소수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요소수 대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도 요소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수출을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을 설득하는 방법과 러시아에서 수입해 오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지만 요소수 대란이 당장 해결되는 방안은 아니다. 러시아에서 수입해 오더라도 빨라야 3개월은 걸린다는 관측이다.

김 교수는 요소수 대란이 풀릴 때까지 대응 방법으로 “정부가 완성된 요소수를 대량으로 해외 직구하는 방법이 있다”며 “정부가 물류운송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국민에게는 1~2만원 수준에 판매를 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해외 직구 시 비싼 운송비용은 정부가 일부 지원하고 국민은 기본가격보다 조금 높인 1~2만원 수준에 구매하는 방식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가 멈춰 서 있다. ⓒ천지일보 2021.1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가 멈춰 서 있다. ⓒ천지일보 2021.11.5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에서 수입해 오는 방안에 대해 “중국은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비용이 낮지만, 러시아는 거리가 멀어서 가격이 중국과 비교해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에서 수입해 오는 건 단기적인 해소만 될 것”이라며 “요소수 대란은 계속 이어지고 물가도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연구위원은 “연말연시 시기에 국내 물류와 수출 물류가 겹치는 피크인 시점에 문제가 생겨 내수와 수출 모두 영양을 줄 것”이라면서 “자동차, 운송, 철강 등 업종별로 봐도 피해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 교수는 “이번 요소수 대란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소부장 중에서 요소수와 같이 다른 나라의 비중이 높은 것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조사해서 다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른 나라와의 수입처를 늘리거나 국산화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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