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테니스 스타 펭 슈아이(35, 오른쪽)가 중국의 경제사령탑 장가오리(75) 상무 전 부총리를 성폭행 혐의로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처음으로 공산당 권력의 정점을 상대로 #미투 운동을 벌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처: 뉴시스)
프로 테니스 스타 펭 슈아이(35, 오른쪽)가 중국의 경제사령탑 장가오리(75) 상무 전 부총리를 성폭행 혐의로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처음으로 공산당 권력의 정점을 상대로 #미투 운동을 벌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처: 뉴시스)

중국 온라인서 파문… 한국드라마 ‘총리와 나’ 소개 삭제까지

[천지일보=이솜 기자] 프로 테니스 스타 펭 슈아이(35)가 중국의 경제사령탑 장가오리(75) 상무 전 부총리를 성폭행 혐의로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처음으로 공산당 권력의 정점을 상대로 #미투 운동을 벌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자신의 계정에서 펭 선수는 장 전 부총리가 몇 년을 걸쳐 한 성폭행을 묘사했다.

펭 수웨이는 대만 선수 시에 수웨이와 함께 2013년 윔블던 오픈과 2014년 프랑스 오픈에서 여자 복식 우승을 거둬 세계 1위를 차지한 선수며, 장가오리는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재임 중 국무원 제1부총리를 역임한 후 은퇴했다. 

게시물에서 펭 선수는 “장가오리 부총리, 당신은 명망이 있어 두렵지 않다고 할 것을 안다”며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진실을 알리겠다”이라고 말했다.

이 게시물은 몇 분 내 삭제됐지만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이에 중국 내부 만리방화벽 검열관들은 펭 선수의 이름과 심지어 ‘테니스’라는 단어까지 검색을 차단해뒀는데 이는 당 지도부에 의한 부정행위에 대한 중국 내부의 비상한 민감성을 반영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중국의 한 소셜미디어는 이번 사건을 연상시킬 수 있는 2013년 한국 드라마 ‘총리와 나’의 소개까지 삭제했다. 

중국 온라인 포럼 ‘페미니스트 보이스’를 설립한 활동가 뤼핀은 NYT에 “#미투의 영향은 3년 동안 축적돼 왔다”며 “3년 전 여성들이 그들의 경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을 때 아무도 그것이 이렇게 높은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펭 선수의 혐의는 입증되지 못했다. 그는 게시물에서 자신이 장 전 부총리와의 만남을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냈고, 이에 자신은 혐의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프로 테니스 스타 펭 슈아이가 2일 밤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게시물. (출처: 중앙통신 캡처)
프로 테니스 스타 펭 슈아이가 2일 밤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게시물. (출처: 중앙통신 캡처)

중국 당국은 종종 부피 수사와 관련해 정부 관리들을 성적 비위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장 전 부총리같이 고위 정치 지도자에 대한 성적 비리에 대한 비난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학자 장 전 부총리는 톈진에서 당서기를 지낸 후 2018년까지 부총리로 재직했다. 그는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한 명이다.

중국의 언론, 대학, 민간 부문의 여성들은 앞서 성폭행과 괴롭힘에 대한 고발에 나섰지만 법원과 온라인 검열에 직면했다. 많은 여성들은 중국에서 기업이나 정부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나 다른 여성들로부터 성범죄를 저지르는 뿌리 깊은 가부장적 전통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2016년 중국의 최고 검찰 기관은 ‘난폭한 성관계를 위한 권력’의 교환을 부패로 기소된 고위 공직자들의 여섯 가지 특징 중 하나로 꼽았다.

중국 미투 운동의 아이콘 저우샤오쉬안은 펑 선수를 지지하는 쪽지를 게시했다. 그는 “저는 그가 무사하기를 바란다”고 게시물을 올렸다. 저우샤오쉬안은 4년 전 TV 앵커를 성희롱 혐의로 고발하면서 중국의 #미투 운동의 선구자이자 중국 여성들이 직면하는 사회적, 법적 도전의 희생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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