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청풍면에 남한강 남단과 옥순봉을 잇는 출렁다리가 지난 22일 222m길이로 개통됐다. 사진은 관광객들이 청풍호 위 출렁다리에서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모습. (제공: 제천시) ⓒ천지일보 2021.10.29
충북 제천시 청풍면에 남한강 남단과 옥순봉을 잇는 출렁다리가 지난 22일 222m길이로 개통됐다. 사진은 관광객들이 청풍호 위 출렁다리에서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모습. (제공: 제천시) ⓒ천지일보 2021.10.29

유리바닥에 흔들흔들 ‘스릴’

단양팔경 명소 옥순봉 인근

무주탑 방식 222m 출렁다리

주차난에 제천시 “확충 검토”

청풍호 주변 다양한 볼거리

이름 얽힌 퇴계 이황 설화도

[천지일보=이진희·홍나리 기자] “아이고 너무 좋지.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비틀 걸어왔어.” 옥순봉에서 출렁다리를 지나왔다는 한 어르신이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동행한 이도 “너무 좋아,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충북 제천시 청풍면에 남한강 남단과 옥순봉을 잇는 출렁다리가 지난 22일 개통됐다. ‘위드코로나’ 전환을 앞두고 제천의 명소인 옥순봉에 출렁다리가 개장한다는 소식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 본지가 지난 26일 제천 출렁다리를 찾았다.

옥순봉 출렁다리로 진입하는 도로에는 평일에도 많은 차로 북적였다. 옥순대교를 건너면 옥순봉 출렁다리 1~4의 주차장이 나오지만 주차공간이 부족해 15분 정도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협소한 주차장이 아쉬웠으나 주차요원의 노련한 안내로 쉽게 주차할 수 있었다.

부족한 주차공간에 대해 제천시 관계자는 “주말과 휴일에는 ‘청풍호 옥순봉 부유물 적치장’을 임시주차장으로 쓸 계획”이라며 “아직 수자원공사와 협의 단계에 있다”고 답했다.

출렁다리 입구에서 만난 직원은 “주말에만 관광객 3만 1000명이 몰렸다”며 “평일인 어제도 3000명이 넘게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돼 지역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입구에는 팜플렛과 손 소독제가 갖춰져 있었다. 청풍호의 푸른 물결은 햇살에 반짝이고 주변의 산들은 단풍으로 물들고 있어 그 경치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출렁다리와 연결되는 데크 산책로를 걸어 올라가니 금세 출렁다리가 나왔다. 출렁다리 밑으로는 드넓은 청풍호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천지일보=이진희 기자] 출렁다리 아래 카누카약체험장 구조선이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모습 ⓒ천지일보 2021.10.29
[천지일보=이진희 기자] 출렁다리 아래 카누카약체험장 구조선이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모습 ⓒ천지일보 2021.10.29

◆국내 최대 인공호수 청풍호

‘육지의 바다’라고 불리는 청풍호는 1985년 충주댐 건설과 함께 준공된 인공 호수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정식명칭은 충주호지만 예로부터 청풍강이 흘렀기에 마을에선 청풍호라 불린다.

댐 건설로 5만명의 수몰 이주민이 생겨나 어떤 이에겐 가슴 아픈 기억의 장소지만 지금은 주말새 3만명이 즐겨 찾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풍부한 수량으로 붕어·잉어·송어 등 어종도 다양해 사계절 낚시 투어로도 손색이 없다.

청풍호는 호수가 넓은 만큼 유람선 운행코스도 다양하다. 유람선을 타고 가을바람을 쐬며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어 평일에도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울러 청풍호 주변을 둘러싸고 청풍문화재단지·청풍랜드·활공장·수상 레포츠장 등 다양한 관광 코스들이 즐비해 있다.

[천지일보=이진희 기자] 출렁다리를 찾은 여행객들이 다리에 설치된 유리바닥 위를 걸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29
[천지일보=이진희 기자] 출렁다리를 찾은 여행객들이 다리에 설치된 유리바닥 위를 걸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29

◆호수 위를 가르는 출렁다리

지난해 6월에 착공해 1년 4개월여 만에 완공된 제천 출렁다리는 주민들의 숙원이었다. 이 다리를 통해 수산면 괴곡리 자연마을 옛길을 복원하고 명승 제48호인 옥순봉을 연결해 주민의 접근성을 높였다.

85억원의 예산을 들여 222m, 폭 1.5m의 무주탑 방식으로 출렁다리를 지었으며 관광객들이 자유로이 거닐 수 있도록 생태 탐방로도 조성했다.

다리는 교각이 없는 방식이어서 공중의 다리가 ‘출렁출렁’ 흔들리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초속 20m의 바람이 불거나 강풍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기상 악화 시 통행이 통제된다.

출렁다리에 첫발을 딛는 관광객들은 얼음판을 걷는 듯 살금살금 걷다가 익숙해지면 살짝 흔들기도 하는 등 장난을 치기도 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나이가 지긋한 제천 지역민들도 많이 보였다. 다리 나무바닥을 조금 걷다 보면 유리바닥이 나온다. 아래로 푸른 호수가 투명하게 보여 조심히 걸어보지만 아쉽게도 금방 나무바닥으로 바뀐다.

‘롤러코스터’처럼 가파른 다리를 건너면 금새 옥순봉 기슭에 다다른다. 서울에서 온 김순배(가명, 70대)씨는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여행왔다”며 “평소에도 제천을 좋아해 자주 찾는데 숙소 주인이 추천해줘서 왔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가구업을 한다는 김씨는 “공기도 좋고 출렁다리라서 재미도 있다”며 “유리바닥이 길면 더 긴장감 있고 재밌을 거 같다”고 아쉬워했다.

충북 제천시 청풍면에 남한강 남단과 옥순봉을 잇는 출렁다리가 지난 22일 222m 길이로 개통됐다. 사진은 관광객들이 청풍호 위 출렁다리에서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모습 (제공: 제천시) ⓒ천지일보 2021.10.29
충북 제천시 청풍면에 남한강 남단과 옥순봉을 잇는 출렁다리가 지난 22일 222m 길이로 개통됐다. 사진은 관광객들이 청풍호 위 출렁다리에서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모습 (제공: 제천시) ⓒ천지일보 2021.10.29

◆생태 탐방로 통해 정상으로

출렁다리와 연결되는 옥순봉 기슭에는 408m 길이의 생태 탐방로가 이어져 있다. 관광객들은 멈춰서 사진을 찍기도 하는 등 늦가을의 정취를 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산책길로 아련히 들리는 클래식 음악도 마음을 편안히 해준다.

탐방로를 걷다 보면 기존 등산로를 통해 단양팔경 중 유일하게 제천에 있는 옥순봉 정상에도 오를 수 있다.

예로부터 옥순봉은 청풍이라 불린 제천에 속해 있었다. 그러다가 조선 명종 때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부임하면서 청풍부사에게 옥순봉을 달라고 청한 일이 있었다. 아끼는 기생 두향이가 옥순봉을 단양군에 속하게 해달라 청했던 것이다. 그러나 청풍부사가 거절하자 퇴계 이황이 옥순봉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이라 새기면서 이곳을 단양의 관문으로 정했다는 설화가 내려온다.

바위에 새겨진 힘찬 글씨를 보고 감복한 청풍부사가 옥순봉을 줬다는데 아쉽게도 그 글씨는 세월이 흘러 찾아볼 수 없다. 옥순봉은 희고 푸른 바위들이 마치 대나무 순처럼 힘차게 솟은 봉우리를 이루고 있어 퇴계 이황이 지은 이름이라 한다.

기생 두향이와 퇴계 이황의 러브스토리가 담긴 옥순봉과 고요하고 짙푸른 청풍호와 출렁다리 그리고 아름다운 생태 탐방로까지, 이번 주말엔 코로나 19로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고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는 제천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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