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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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고령자가 되기 위한 10계명 중 제6계명은 ‘미워도 내 사람이 제일’이다. 전체 이혼자의 35% 정도가 황혼이혼이라고 한다. 가장 여유롭고 행복하게 배우자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시기에 이혼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배우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상대를 무시한 게 원인이다. 30여년 잘살아준 배우자라면 노후에 더더욱 ‘최고!’라고 치켜세우고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 ‘구관이 명관’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제7계명은 ‘뒤돌아보지 말고 남은 날들을 즐겁게 보내라’다. 90세 생일을 맞은 노인이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지난 30년입니다. 60세에 은퇴할 때 앞으로 30년을 이처럼 정정하게 살 줄 알았다면 내 인생의 1/3 가까이 되는 시간을 조금 더 소중하게, 무언가를 배우고 즐기면서 살았을 겁니다”라고 했다. 인생은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고 미련을 가져야 소용없다. 필자도 올해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해 원두커피 맛을 제대로 아니 “내 인생은 원두커피를 알기 전과 알고 난 후로 나뉠 정도다”고 말할 정도로 삶의 질이 높아졌다. 끊임없이 배우고 남은 인생을 즐겁게 보낼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제8계명은 ‘적은 것을 크게 기뻐하라’다. 배우자나 지인이 주는 작은 선물에도 감동하고 기뻐하면 선물 준 사람도 행복하고 다음에는 더 좋은 선물을 주려고 한다. 작은 선물이라고 ‘나를 무시하네’라며 자존심 상해하면 더는 선물을 주지 않는다. 노후에 걱정 없이 살 집이 있으면서 강남에 아파트 가진 사람이나, 빌딩 건물주를 부러워하면 행복할 수 없다.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즐기지 못하고, 해외여행을 부러워하는 것도 어리석다. 내가 지금 누리는 사소한 모든 게 행복하다고 느껴지면 여유롭게 나이 들고 있다는 표시다.

제9계명은 ‘오늘 하루가 감사하면 일생이 감사하다’다.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1년이 되고, 1년이 모여 인생이 만들어진다. 오늘 하루를 허투루 살면서 ‘내년은 더 잘살겠다’라고 결심하는 건 의미 없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을 하면 행복해진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오래 기억에 남고 행복감도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감사한 하루가 모이면 표정이 밝아지고, 표정이 밝으면 없던 힘도 저절로 생긴다.

제10계명은 ‘자기가 믿는 종교와 잘 거래하라.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다. 인간은 누구나 나약한 존재다. 젊은 시절 아무리 강하게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았어도, 고령자가 되면 마음이 약해지게 마련이다. 노후에 종교가 있어 인간의 힘으로 안 되는 어려운 삶을 맡기면 마음이 편하다. 대신 자신이 믿는 종교에 가족과 상의 없이 많은 돈을 갖다 바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신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현명하게 종교에 의지하는 게 지혜롭다.

환갑잔치하던 60대는 오래전 얘기다. 지금 60대는 은퇴 후 삶을 즐기기보다는 제3의 인생을 사는 시기다. 대부분 직장에서 근무한 시간만큼 또 긴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젊은 시절 어떻게 준비했느냐에 따라 이 시기의 삶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은퇴 후 30년을 인생의 황금기로 만들려면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적당한 일이 없으면 노화 시계가 더 빨리 간다. 아무리 경제력이 뛰어나도 30년을 놀 수만은 없다. 가계에 보탬이 되면서 노후 건강에 해롭지 않은 최소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젊은 시절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할 수 없다’라고 한다. 노후 준비를 못 해 극빈의 삶을 사는 건 오롯이 본인의 잘못이다. 자식을 키웠으니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부모 스스로 준비하지 않으면 부모도 자식도 살기 힘든 세상이다. 40대 이후의 얼굴은 본인 책임인 것처럼, 고령자가 된 후의 삶은 본인 책임이다. 노후는 젊은 시절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가족이나 사회에 폐 끼치지 않고 살려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오래 살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다. 하지만 불로장생을 꿈꾼 진시황을 비롯해 역사 이래 그 누구도 원하는 만큼 산 사람이 없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돈이 많든 없든, 누구에게나 공평한 게 죽음이다. 어떻게든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루를 살더라도 존경받고, 품위 있게 살다 가야 한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보다 건강하며 지혜롭게 늙어야 좋다. 최소한 날마다 샤워하고, 날마다 속옷을 갈아입고, 하루 양치질 4번은 꼭 하고.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는 게 지혜로운 고령자가 되는 가장 쉬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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