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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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찬양 발언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윤씨는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그건 호남 분들도 그런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했다. 5.18 학살 희생자와 유족은 물론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역사정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발언 다음 날 윤씨는 “전두환이 다 잘못한 건 아니지 않냐?”하고 되묻기까지 했다. 사과 의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호남인들’을 화나게 하려고 한 건 아니라고 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한다든가 5.18에 대해서 제가 일반적인 시각과 다른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든가 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대구 토론회 때는 경선 끝나고 광주에 가서 자신의 발언을 잘못 이해해 ‘트라우마가 반복된 사람들에 대해 위로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21일에는 자신의 발언은 “5공 정권을 옹호하거나 찬양한 건 절대 아니다”면서 “그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의 말로 상처받은 희생자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에 다름 아니다.

윤씨의 전두환 찬양 발언은 그가 쏟아낸 말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 최악의 말이다. ‘또 망언했다’는 말들이 나오지만 망언 수준을 넘어섰다. 민주주의와 인권, 역사 정의에 반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표현이 역대급 망언인 것은 ‘군사쿠데타와 5.18’을 한없이 가볍게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언의 무게 추가 ‘전두환이 정치는 잘 했다’는 쪽으로 쏠려있다. 5.18과 쿠데타는 잘못이지만 집권 이후에는 정치를 잘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두환은 1996년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 유혈진압, 상관 살해, 뇌물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자다.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시민을 집단학살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정권이 전두환 정권이다. 쿠데타 이후 7년여 동안 정치는 실종됐고 민주주의 탄압은 지속됐으며 노동권을 포함한 기본권은 여지없이 압살 당했다. 언론자유 역시 극도로 억압됐고 국민 모두가 숨조차 쉴 수 없는 철권통치가 지속됐다.

국가보안법으로 수많은 사람이 구속되고 간첩이 수없이 조작됐다. 녹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의문사 했다. 삼청교육대 설치로 수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다. 후유증으로 죽은 사람만 400명이 넘는다. 형제복지원 등 반인권적 구금시설 운영으로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죽어갔다.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준비를 이유로 도시빈민의 주거지를 파괴하고 주거권을 유린했다. 그 과정에서 14명이 죽임을 당했다.

박종철 고문살해 사건에서 보듯 사람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국가폭력 만행이 줄을 이었다. 대통령 친인척비리는 썩는 내 진동했다. 실상이 이처럼 참혹함에도 ‘전두환이 두 가지 빼고 정치는 잘했다’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사유방식 그 뿌리가 궁금하다.

윤씨가 말한 두 가지 문제와 ‘정치’는 분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분리돼 등장한다. 그래서 나는 민주주의와 인권, 역사정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윤씨라고 본다. 출마의 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걸 사명으로 삼는다고 했지만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인권을 짓밟은 인물을 두고 정치를 잘했다고 말한다.

윤석열씨에게 묻는다. 당신의 자유민주주의는 어떤 자유민주주의인가? 윤씨는 법과 원칙을 입에 달고 산다. 공정과 상식의 화신이나 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민주주의와 기본권을 억압한 철권 통치자를 미화 찬양하면서 공정과 상식의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말한다. 얼마나 큰 위선인가!

그가 지금까지 쏟아낸 말들을 보면 민주주의 나라,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이 통용되는 나라의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판단이 든다. 민주공화정을 이끌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 후보 사퇴하고 조용히 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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