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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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톱10 TV 프로그램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공개 대상 83개국 전체에서 1위를 휩쓸자 최근 넷플릭스 주가도 사상 최고치 주가를 기록하며 기업가치 또한 급등하고 있다. 넷플릭스 주가는 9월 30일 주당 619.34달러로 장을 마감, 종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시가 총액은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지난 9월 1일 2600억 달러(한화 약 309조원)에서 2700억 달러(한화 약 320조원)로, 2주 만에 약 11조원 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넷플릭스의 기업가치는 치솟았지만 투자한 콘텐츠에 대한 판권과 저작권을 넷플릭스가 독점하고 있어 한국 콘텐츠의 큰 흥행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작사에 돌아오는 추가 인센티브가 없다. 한국 콘텐츠 업계가 넷플릭스의 ‘하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사전 투자를 통해 ‘제작비’를 지급하고 국내 제작사가 생산하지만 판권, 저작권 등을 모두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구조다.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흥행에 따른 추가 수익은 넷플릭스가 독식하는 구조다. 판권, 저작권 등을 모두 넷플릭스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한국콘텐츠 업계와의 상생을 강조한다.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2020년까지 총 7700억원을 투자해 5조 6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1만 600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한국 콘텐츠 해외 시청의 절반 이상(영화 64.3%, 드라마 64.2%)이 넷플릭스에서 발생,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으로 원작 IP인 웹툰·웹소설의 조회수와 함께 OST 등 관련 콘텐츠 소비가 늘어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한국 매출액을 본사 이익으로 귀속시키면서 세금을 줄이고, 망 이용대가는 회피하는 것은 글로벌기업으로서 뻔뻔스럽고 무책임한 행위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액의 77%를 본사 이익인 수수료 명목으로 이전하면서 영업이익률을 본사 18.3% 대비 9분의1 수준인 2.1%로 낮춰 세금을 회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세청이 세금 회피 의혹들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해 약 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으나 아직 납부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한 넷플릭스는 구글(유튜브)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인터넷 망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 IT 사업자들과 달리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자사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 수준에서 2021년 9월 현재 1200Gb㎰ 수준으로 약 24배 폭증했다. 업계가 추정하는 지난 3년간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는 약 700억원 상당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렇게 폭증하는 트래픽으로 국내 인터넷망 부담을 가중시키지만 망 이용 대가는 부담하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과의 소송 1심에서 패소하고도 불복하고 있다.

이제 넷플릭스는 K-콘텐츠의 흥행에 힘입어 전체 매출 증가와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한 만큼 한국에서의 책임도 다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매출액을 올린 만큼 국내법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을 성실히 납부해야 한다.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협상에도 성실히 임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우리 세무당국은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서 번 수익만큼 세금을 내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미흡한 제도는 보완해야 한다. 통신정책당국도 통신망 이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납부하도록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콘텐츠업계에 외국 거대기업의 국내투자를 유인하면서도 흥행 수익도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검토해서 국내 콘텐츠업계가 외국 거대기업의 하청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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