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경기도 한소망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제106회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출처: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유튜브)
지난 9월 28일 경기도 한소망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제106회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출처: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유튜브)

예장통합, 헌법시행 개정 청원

직계 가족 5년 이후 청빙 가능

교인들 반발 “세습금지 무력화”

논란 커지자 규정 자진 철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주요 장로교단들의 총회가 끝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전면 비대면으로 드린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일부 대면 총회로 진행됐다. 특히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올해도 ‘교회 세습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이른바 세습촉진법이라 불리는 ‘헌법시행규정 개정안’이 정기총회 안건으로 올라오면서 개회 전부터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앞서 예장통합 헌법위원회는 ‘해당 교회에 이전에 사임(사직)이나 은퇴한 위임(담임) 목사 및 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5년 이후에 위임(담임) 목사로 청빙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 1, 2호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시행규정 개정안을 신설해 달라고 청원했다. 노회 수의까지 거쳐야 하는 헌법과 달리, 헌법시행규정은 총회 현장에서 2/3 이상 동의를 얻으면 바로 시행될 수 있다.

이 소식을 들은 교인들은 반발에 나섰다. ‘사실상 세습금지법을 무력화하는 개정안’이라며 들고 일어선 것이다.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통합행동연대·박은호 대표)는 이를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내고 “헌법시행규정 개정안을 낸 것은 하위법(헌법시행규정)으로 상위법(총회 헌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위헌”이라며 “사실상 세습을 권장하는 헌법시행규정 개정안이 통과되면 예장통합뿐 아니라 한국교회 신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도 총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시행규정 개정안은 5년 뒤 세습을 허용하려는 시도라며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방인성 목사는 “사실상 세습금지법을 무력화하는 종교 기득권자들의 횡포이자 기만”이라며 “세습은 공교회를 사유화하려는 우상숭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헌법시행규정 개정안이 명성교회 부자세습을 두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장통합 소속이자 개혁연대 집행위원장인 김정태 목사는 “총회가 죄악을 범한 명성교회를 꾸짖고 범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당화하려고 한다”며 “5년이 지나면 세습을 허용해 주자는 것은 상상도 못할 만행”이라고 했다. 이헌주 사무국장은 “이번 일로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비호하려는 수많은 세력이 있음을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예장통합 헌법위원회는 “이런저런 주장이 있어서 한 회기 더 연구하기로 했다”며 해당 규정을 자진 철회했다.

하지만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혁연대는 논평을 내고 폐기가 아닌 보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보류란 결정 자체가 심히 부당하다. 왜 폐기하지 않고 일단 보류하는 것인지 또 일년간 더 연구하겠다는 언급에서 우리는 불길한 예상을 하게 된다”면서 “헌법위원회와 임원들은 이번에 확보한 일년의 말미를 악용해 안을 정교히 다듬고 다음 총회에 재상정할 계획을 연구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통합 총회 임원들과 헌법위원들에게 정확히 묻고 싶다”며 “연구를 위한 보류도 세슴금지법 폐지라는 더 큰 그림을 위해 이미 계획된 단계는 아니었는가 이번 건도 그런 수순을 밟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번에 획득한 일년의 말미를 악용해 더 큰 악을 도모하지 말고 세습을 지지한 죄를 회개하며 교단을 갱신하라”고 촉구했다.

예장통합 총회는 그간 명성교회 세습을 감싸는 행보로 빈축을 샀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명성교회 신도가 김하나 목사를 상대로 낸 직무정지가처분 소송 과정에서 예장통합 총회장이 명성교회에 우호적인 내용의 탄원서를 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9월에는 명성교회 세습을 사실상 허용한 수습안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총회가 다루지 않고 부서로 넘겨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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