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풍군 일대를 볼 수 있는 최단거리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조강전망대 루프탑 154에서 한 어린이가 망원경을 통해 북녘 땅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 김포시청) ⓒ천지일보 2021.10.8
북한 개풍군 일대를 볼 수 있는 최단거리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조강전망대 루프탑 154에서 한 어린이가 망원경을 통해 북녘 땅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 김포시청) ⓒ천지일보 2021.10.8

이산가족 한(恨) 같은 유래

한강·임진강·예성강 만나

조강 건너 개풍군과 1.4㎞

고려시대 ‘개경(개성)’ 여행

‘대한민국 랜드마크’로 운영

7일 정식 개장… 무료 입장

[천지일보 김포=김미정 기자]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는 중심지. 그리운 북녘 땅을 최단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기 김포 애기봉에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이 새롭게 태어났다.

조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개풍군과 1.4㎞ 떨어진 애기봉은 한국전쟁 당시 남북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접경지역으로 기존 노후화된 애기봉전망대를 없애고 이 일대를 역사와 미래, 자연이 함께하는 평화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무엇보다 평화생태관과 연결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한국전쟁 시 서울 수호에 큰 공을 세운 김포지구 해병대 용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해병대 전적비’가 있어 참배도 이어지고 있다.

7일 공식 개장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와 하성면 가금리 경계에 4만 9500㎡ 규모로 평화생태전시관, 조강전망대·생태탐방로·주차장·테마공원, 야외공연장 등을 새로 조성했다. 김포시에 따르면 정식 개관에 앞서 지난 9월 임시 개장에는 2400여명의 시민이 관람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애기봉 유래에 얽힌 ‘한(恨)’

해발 155m의 애기봉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모여 서해로 흘러가는 곳에 솟아 있는 봉우리로 원래 이름은 ‘쑥갓머리산’이였으나 ‘여기봉’ 또는 ‘예기봉’이라 불리웠다. 애기봉의 유래는 병자호란 때 평안감사가 애첩 ‘애기’를 데리고 수도 한양을 향해 피난길에 올랐다가 개풍군에서 감사는 청나라 오랑캐에 의해 북으로 끌려가고 애기만 한강을 건너게 됐다. 애기는 매일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감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결국 병들어 죽게 되면서 ‘님’이 잘 보이는 봉우리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1966년 이곳을 찾은 박정희 대통령이 이 사연을 듣고 “애기의 한(恨)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가지 못하는 우리 일천만 이산가족의 한(恨)과 같다”하여 이곳에 친필로 ‘애기봉(愛妓峰)’ 이라 쓰고 비석을 세웠다.

북녘 땅을 최단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기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이 새롭게 태어났다. 사진은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조강전망대 평화교육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일대 모습. (제공: 김포시청) ⓒ천지일보 2021.10.8
북녘 땅을 최단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기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이 새롭게 태어났다. 사진은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조강전망대 평화교육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일대 모습. (제공: 김포시청) ⓒ천지일보 2021.10.8

◆‘평화·생태·미래’ 주제 전시

지난달 30일 기자가 찾은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민간인통제구역 내에 갖춰져 입구에서 신분을 확인 후 검문소를 거쳐 진입이 가능했다. 잘 보존된 숲길을 따라 2㎞가량 달리자 전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된 전시관은 연면적 4403㎡ 규모로 전시실, 영상관, 가상현실(VR)체험관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평화, 생태, 미래를 표현하는 3개의 공간으로 마련된 전시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평화’의 공간에 들어서자 대형 유리창 너머 한강 하구 중립수역인 조강과 북한 개풍군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는 김포의 역사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돼 있다. ‘생태’ 관에서는 빔프로젝터를 이용한 저어새의 환상의 날갯짓을 선보인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DMZ 남·북 공동 이용수역이 된 조강의 역사와 조강지역 생태 등을 볼 수 있다.

‘미래’를 주제로 꾸며진 곳에서는 평화라는 주제로 자연과 사람, 미래가치 문화 공존을 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영상 작품과 함께 공상의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마지막 전시장 가상현실(VR) 체험관에서는 가상의 철도를 타고 고려시대 수도였던 ‘개경’으로 시간여행을 떠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개성 고려유적인 만월대와 개성 남대문, 선죽교 등을 3차원(3D)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출렁다리·테마공원 내년 6월 완공

이날 어머니와 함께 가상 기차를 타고 시간여행을 체험한 한 초등학생은 “실제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아 신기했고, 말로만 들었던 북한에도 직접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생태전시관을 나와 조강전망대를 향한 오르막길에 조성 중인 출렁다리와 생태탐방로, 테마공원 등은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전망대(루프탑 154)에 오르니 금새 손이 닿을 듯 펼쳐진 개풍군의 농경과 선전마을의 전경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조강 전망대에서 만난 김현정(58)씨는 “부부동반으로 왔는데 북한을 이렇게 가깝게 볼 수 있어 감동 그 자체”라며 “세상이 변해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분단국가로 남아있어야 하는지 안타깝다. 북한을 바로 앞에 놓고 바라보니 이산가족의 아픔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북한과 관계 개선을 잘해서 자유롭게 왕래하는 때가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DMZ) 철조망과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에서 수집된 탄피, 애기봉 성탄점등탑 등을 녹여 UN 문자를 형상화해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물 ‘평화의 종’ (제공: 김포시청) ⓒ천지일보 2021.10.8
비무장지대(DMZ) 철조망과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에서 수집된 탄피, 애기봉 성탄점등탑 등을 녹여 UN 문자를 형상화해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물 ‘평화의 종’ (제공: 김포시청) ⓒ천지일보 2021.10.8

또 서울에서 왔다는 최철언(69)씨는 “부모님 고향이 개성이다. 아버지가 4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북한에 있는 큰 아버님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다 가셨다”며 “여기라도 모시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하고 가슴이 저린다. 아버지가 생각나면 한 번씩 찾아오는데 새롭게 단장을 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곳 관계자는 “맑은 날씨에는 망원경으로 보지 않아도 개풍군 일대와 3~4층 높이의 문화주택·송악산, 북한을 선전하기 위해 조성됐다는 선전마을 등을 어느 지역보다도 가깝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강전망대는 연면적 2215㎡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북한 전경을 관람할 수 있는 교육관과 개풍군 일대를 볼 수 있는 최단거리 루프탑154(전망대), 조망을 바라보며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카페 등으로 꾸몄고, 나머지 공간은 군시설로 활용한다.

◆강 건너 북녘땅 보며 ‘통일’ 염원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는 강 건너 개풍군의 황금 들녘과 주민들의 움직임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전망대 인근에는 대형 조형물 ‘평화의 종’과 최신 음양장비, 조명시설 등을 갖춘 야외 공연장이 마련됐다.

1971년 현 전망대 위치에 철탑인 ‘애기봉 등탑’을 설치하고, 해마다 성탄절날 조명 장식과 점등식을 가졌다. 이로 인해 남북 갈등이 빚어져 2014년 철거했다. 여기서 나온 잔해물과 비무장지대(DMZ)의 녹슨 철조망,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에서 수집된 탄피를 녹여 화합의 장터가 되자는 의미로 ‘평화의 종(2018년)’이 세워졌다.

기존 애기봉전망대는 1980년대 군부대가 조성, 안보교육시설로 활용했으나 정하영 김포시장이 취임한 후 2018년 공원 조성 사업을 본격화했다. 올해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유료로 운영될 예정이다. 하절기(3월~11월)는 9시~18시, 동절기(12월~2월)에는 9시~17시 운영하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정하영 시장은 “평화를 염원하고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이 문을 열게 됐다”며 “북한과의 접경지에 있는 김포시는 평화, 통일의 선도 도시이자 생태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평화, 통일의 소중함을 느끼고 친환경의 의미를 새기기 바란다. 이곳 평화생태공원을 김포시의 대표 브랜드이자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손색없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남북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154고지로, 세계 유일 분단 지역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접경지역 일원의 풍부한 생태자원을 보유한 한강하구에 위치하고 있다. (제공: 김포시청) ⓒ천지일보 2021.10.8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남북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154고지로, 세계 유일 분단 지역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접경지역 일원의 풍부한 생태자원을 보유한 한강하구에 위치하고 있다. (제공: 김포시청) ⓒ천지일보 20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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