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너머로 보이는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출처: 연합뉴스)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너머로 보이는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출처: 연합뉴스)

인조의 아버지 원종의 무덤

최근 경관 훼손돼 논란 있어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하나

“유네스코서 삭제될 수도”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최근 김포 장릉(章陵)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달 국민청원 게시판에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에 건설되는 대규모 아파트로 인해 김포 장릉의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철거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의 건설은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다. 현행법상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높이 20m 이상 건물을 지으려면 사전에 문화재청 심의가 있어야 하지만 해당 아파트 건설사 3곳은 절차를 걸치지 않았고 문화재청은 이를 뒤늦게 파악하고 인천 서구청과 건설사들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황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특히나 이번 아파트 건설로 ‘김포 장릉’이 유네스코 등재 삭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가운데 김포 장릉은 어떤 곳인지 살펴본다.

◆ 추존왕 원종의 능(陵)

사적 제202호로 등록된 김포 장릉은 조선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 구씨의 무덤이다. 원종은 아들 인조가 왕위에 오르면서 사후에 왕으로 추존된 인물로 선조의 5번째 아들인 정원군이다.

원래 정원군의 무덤은 양주군에 있었으나 인조 5(1627)년에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양주군에 있을 때 인조가 1622년에 즉위하면서 흥경원(興慶園)이라는 원호를 받았다. 이후 1632년 원종경덕인헌정목장효대왕(약칭 원종)으로 추존되면서 장릉(章陵)이라는 능호를 받게 됐다. 함께 있는 인헌왕후의 무덤은 1627년에 이장된 것이다.

쌍릉으로 이뤄진 김포 장릉의 봉분은 병풍석과 난간석 없이 호석만 두르고 있는 형태다. 원종이 사후에 추존되면서 이전에 추존된 다른 왕릉의 전례를 따른 것이다. 각 능 앞에는 상석이 놓여 있으며 상석 좌우로 망주석 1쌍이 있다. 봉분 주위에는 석양과 석호 각 2쌍을 교대로 배치했으며 봉분 뒤쪽으로는 3면의 곡장을 둘렀다. 아랫단에는 문인석·석마 각 1쌍과 장명등이 있으며 아랫단에는 무인석·석마 각 1쌍이 있다. 능원 밑에는 정자각·비각·수복방·홍살문·재실이 남아있다.

◆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는 “김포 장릉은 파주 장릉과 계양산의 이은 일직선 상에 위치해 파주 장릉-김포 장릉-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이라며 “해당 아파트는 김포 장릉-계양산의 가운데에 위치해 위와 같은 조경을 방해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이처럼 김포 장릉은 평야지대인 김포의 도심권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숲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조선시대 왕릉을 조성할 때 주변 산과 인공림의 조화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면서 철저하게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김포 장릉은 인근 주민들이 아름다운 연못과 숲길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는 곳 중에 하나가 됐다.

게다가 김포 장릉은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조선왕릉(40기) 중에 하나다. 당시 조선왕릉은 심의 시간이 단 15분 만에 이뤄질 정도로 세계인들의 눈에 각인된 문화재였다. 조선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에서 정하고 있는 10가지의 보편적인 가치 기준 중 세 가지를 충족되면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당시 유네스코는 조선왕릉이 유교사상과 토착신앙 등 한국인의 세계관이 반영된 장묘 문화 공간이면서 풍수의 원칙에 따른 자연경관이 보존되고 있고 18개소의 조선왕릉이 통합적으로 보존 관리되고 있는 점은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러한 경관이 훼손되면 세계문화유산에서 조선왕릉이 통째로 삭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해양경관 손실을 이유로 영국 리버풀 해양산업도시가 문화유산 목록에서 삭제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5일 국감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조선왕릉 40기가 일괄 지정돼 있는데 장릉이 탈락하면 다른 39기의 왕릉은 어떻게 되냐”고 묻자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다른 왕릉도 영향을 받아 일괄 취소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달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김포 장릉 경관 훼손 아파트 철거 요구 게시글은 현재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