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 국내 이송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2021.8.25 (출처: 연합뉴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 국내 이송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2021.8.25 (출처: 연합뉴스)

“수년간 대사관·등서 조력”

“국제사회 일원 책임 등 고려”

충북 진천에 수용 예정… 6주 예상

일부는 카불 공항에 도착하지 못한 듯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지난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의 활동을 도운 아프간 현지인 직원과 배우자, 미성년 자녀와 부모 등 380여명이 군 수송기 편으로 내일(26일) 국내로 이송된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5일 오전 e브리핑을 통해 “(국내로 들어올 현지인들이) 현재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진입 중에 있다”면서 “우리 군수송기를 이용해 26일 중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들에 대해 “수년간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외교부 산하 원조기구인 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에서 근무했다”면서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로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악화되자 주아프가니스탄 우리 대사관에 신변안전 문제를 호소하는 등 한국행 지원을 요청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최 차관은 이 같은 사실을 전한 뒤, “정부는 우리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그리고 유사한 입장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다른 나라들도 대거 국내 이송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8월 이들의 국내수용 방침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다른 선진국들은 자국에 도움을 줬던 아프간 조력자들을 더 큰 규모로 구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초 미국과 영국은 각각 1500명과 1700명의 아프간 조력자를 수용했고, 독일의 경우 3500명 수용을 목표로 작전 수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그간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들의 국내 이송을 준비해왔다. 당초 외국 민간 전세기를 이용해 아프가니스탄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지난 15일 카불이 급격히 탈레반 수중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악화돼 군수송기 3대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외교부는 전날 문자 공지를 통해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과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우리 군 수송기 3대를 아프간과 인근 국에 보내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한국에 도착하면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수용될 예정이다. 진천 시설에 머무는 기간은 6주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덕산읍 충북혁신도시 지원센터에서 혁신도시주민협의회, 주민대표 등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국내 이송인 만큼 지역 주민들에게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 결정을 수용해 줄 것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걸림돌인 이들의 신원 확인 문제에 대해서도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우방국과의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며 “국내에 있는 기간에도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신원을 계속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에게는 일단 단기비자를 발급한 뒤 장기체류 비자로 일괄 변경된다”면서 “영주권 같은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정부가 현지에서 데려올 아프간인 규모로 420여명을 상정했던 점을 고려하면, 일부는 탈레반의 방해공작 등으로 카불 공항에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군 수송기 투입 전 기자들과 만나 “427명이 스스로 힘으로 공항까지 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도 대규모로 아프간인을 국외로 이송 중인데 그들이 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책임을 못 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그간 국회, 종교계 주요 인사들에 대해 아프간 이송 방침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이슬람 종교를 믿는 외국인들이 대거 국내 정착을 위해 입국하는 데 대한 사회적 의견 수렴과 여론 형성을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카불=AP/뉴시스] 미 해병대 제공 사진으로 23일 탈레반 치하를 탈출하려는 아프간전 미군 협력자 가족들이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미군의 경계 속에 수송기 C-17기에 오르고 있다. 2021. 8. 24.
[카불=AP/뉴시스] 미 해병대 제공 사진으로 23일 탈레반 치하를 탈출하려는 아프간전 미군 협력자 가족들이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미군의 경계 속에 수송기 C-17기에 오르고 있다. 2021.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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