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응 부동산거래 특별조사단장(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2명과 직계 존비속 등 총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전수조사 착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태응 부동산거래 특별조사단장(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2명과 직계 존비속 등 총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전수조사 착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관련자에게 소명 기회 부여하지만

이준석, 징계 밀어붙일 가능성도 나와

허은아 “소명 듣고 징계수위 결정”

일각서 “국민의당과 합당 결렬 아쉽다”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23일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중 12명과 열린민주당 1명에 대해 본인 혹은 가족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법령위반 의혹의 소지가 적발됐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이 고심에 빠졌다.

권익위가 이날 발표한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소속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 총 507명의 부동산 거래를 전수조사한 결과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본인 또는 그 가족의 법령 위반 의혹 소지가 있는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총 12명(13건), 열린민주당 총 1명(1건)으로 확인됐다. 권익위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특별조사단)은 이를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송부했다.

국민의힘 관련 송부 내용은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1건) ▲편법증여 등 세금탈루 의혹(2건) ▲토지보상법, 건축법, 공공주택특별법 등 위반 의혹 (4건) ▲농지법 위반 의혹(6건)이다.

‘부동산 명의신탁’은 친족 명의를 빌려 토지와 건물을 매입·보유한 경우를 말하며, ‘농지법 위반’은 부동산 호재가 있는 지역의 농지를 매입해 사인간 불법 임대차, 농지의 불법 전용 등을 의미한다.

편법증여의 경우 자녀가 매매 형식으로 취득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증여 의혹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업무상 비밀이용 등’은 연고 없는 지역의 부동산을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해 매입한 경우다.

특별조사단은 국민권익위 전원위원회 의결 직후 조사내용을 특수본에 송부하고 국민의힘, 열린민주당 등 비교섭단체 5개 정당에도 통보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느 수준의 처벌을 결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월 이 문제에 대해 “적어도 민주당의 기준보다 엄격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문제에 대해 제가 공언했던 입장을 지키겠다”며 “그것을 기반으로 지도부 다른 구성원의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8.2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8.23

특히 지난 6월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에 연루된 의원 12명에 대해 자진 탈당 조치를 했고 이 가운데 7명이 실제로 탈당했다. 만약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징계 수위가 낮을 경우 ‘내로남불’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부동산 투기에 연루된 의원이 다수가 나올 경우 개헌 저지선(100석)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국민의힘 현재 의석은 104석인데 이 대표의 공언대로 민주당 이상의 조치를 취한다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진다는 이유에서다.

당 지도부는 일단 당사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징계를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원내 지도부는 권익위로부터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의원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해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억울한 의원님들이 계실 수 있으니 주의해 달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천지일보와 통화에서도 “당 지도부에 명단이 송부되지 않았고 연루 의혹이 있어도 본인의 소명기회도 가져야 한다”라며 “모든 과정을 거친 이후 당 지도부가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역 의원 다수가 대선 주자 캠프에 합류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캠프에 소속된 당사자들에게 강한 징계를 취한다면 대선 주자의 캠프도 이 대표를 비판하며 이 대표와 대선 주자 간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상당하다.

다만, 이 대표가 지도층의 부동산 투기에 민감한 여론의 지지를 얻어 강한 징계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예비후보와 갈등, 국민의당과 합당 실패 등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이 대표가 리더십을 회복할 기회라는 이유에서다.

당 일각에서는 국민의당과 통합이 아쉬운 대목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강력 징계 방침을 정했는데 여론을 생각하면 봐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몇 명이 징계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당과 통합이 결렬된 것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8.2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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