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칸 회랑. (빨간 동그라미) (출처: 구글 지도 캡처)
와칸 회랑. (빨간 동그라미) (출처: 구글 지도 캡처)

아프간~신장 국경 지역

남북 22㎞·동서 350㎞

경제·군사적으로 중요성

무장세력 신장 공격 우려

주변국도 안보 협력 나서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인 ‘와칸 회랑’이 새로운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

와칸 회랑은 중국 북서부 신장 지역까지 뻗어있는 아프간의 좁은 영토다. 1893년 영국령 인도와 아프간의 협정으로 형성됐으며 북쪽으로는 타지키스탄, 남쪽으로는 파키스탄과 접한다. 이곳은 19세기 중앙아시아 내륙의 주도권을 두고 벌였던 ‘그레이트 게임’ 패권 다툼 동안 러시아와 영국제국 사이 완충지대로 작용했다.

◆안보·경제 요충지 와칸 회랑

중국은 이 화랑과 남북 16∼22㎞, 동서 350㎞ 길이의 작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국경의 길이는 미미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위치는 와칸을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와칸 회랑은 수년간 누구도 손대지 않은 지역이었다. 아프간 정부가 경제적 필요성과 탈레반과 싸우기 위한 대체 보급로 등을 이유로 와칸 회랑의 국경을 개방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중국은 이를 계속 거절해왔다. 가장 큰 배경은 신장 지역의 불안 때문이었다. 신장 지역에는 위구르족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탈레반과 같은 이슬람 수니파다.

회랑은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인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의 안보와 생존을 위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앞서 호주 로위연구소는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는 CPEC의 시작을 나타내고 와칸 회랑의 끝은 중국 CPEC의 진입을 나타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와칸 회랑은 신장 지역에서 중국의 통치를 반대하는 위구르족 무장세력이 사용해 온 노선이기도 한다. 이 회랑을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과 같은 위구르족이 차지한다면 다른 위구르 민족주의 발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국제정치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탈레반으로부터 아프간 영토가 중국 공격의 집결지로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얻었다고 했지만 아프간 영토에 대한 지배력을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주용뱌오 중국 북서부 란저우대 아프가니스탄연구센터 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탈레반이 약속을 했지만 어느 정도 이행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아프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과대평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18일(현지시간) 탈레반 전사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와지르 아크바르 칸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8일(현지시간) 탈레반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와지르 아크바르 칸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중앙·남아시아 안보 협력 나서

와칸 회랑뿐 아니라 아프간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탈레반의 재집권에 따른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프간은 서쪽으로는 이란, 동쪽과 남쪽으로는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 영토를 맞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8일 진행된 타지키스탄과 이틀간 합동 대테러 훈련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안보 협력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테러 훈련을 목적으로 중앙아시아 및 남아시아 국가들과 유라시아 안보동맹인 상하이협력기구(SCO)를 공동으로 이끌며 아프간 개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아프간과 국경을 공유하진 않지만 중앙아시아에 여러 군사기지를 두고 있으며, 지난 5월 미군 철수 시작 이후 우즈베키스탄, 타지기스탄 국경에서 훈련을 벌여왔다.

인도는 이란에 손을 뻗는 양상이다. 인도는 아프간과 국경을 접하지 않고 그나마 가까운 파키스탄과 중국과는 갈등 관계에 있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란만이 아프간으로 가는 관문이 될 수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 아쇼크 스와인 평화분쟁연구 교수는 알 모니터에 “인도와 이란 모두 탈레반이 지배하는 아프간을 자국 국가 통합과 안보에 위협으로 보고 있어 특히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양국이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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