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청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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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업계, 보험료 4천억 더 걷고도 상반기 1.4조원 손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올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료가 대폭 올랐는데도 여전히 적자는 계속돼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실손보험 발생손해액(보험금 지급액)은 작년 상반기(4조9806억원)보다 11.0%(5465억원) 늘어난 5조 527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빼고 보험금 지급 재원으로 쓰이는 ‘위험보험료’를 작년 상반기(3조 7740억원) 대비 10.6%(4004억원) 많은 4조 1744억원이나 걷었지만 보험금 지급에는 모자랐다.

이에 따라 상반기 보험손익은 1조 4128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손실이 17.9%(2147억원)나 늘어났다.

전체 실손보험 계약에서 손해보험 점유율이 82%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를 합친 상반기 전체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 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 ‘2세대’ 상품인 표준화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의 보험료가 손보사별로 8.2∼23.9% 오르고, ‘1세대’ 구(舊)실손보험(2009년 9월 이전 판매) 보험료는 6.8∼21.2% 인상됐지만 손실이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난 것이다.

상반기 위험손해율(위험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액 비율)은 132.4%를 기록했다. 사업운영비를 포함한 보험료 전액, 즉 영업보험료를 기준으로 계산한 영업손해율은 위험손해율보다 10∼13%포인트(p) 낮은 점을 고려하면 영업손해율은 120∼123% 수준으로 추정된다.

곧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보험료 1만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만 2천원을 지급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실손보험 적자 폭은 3조원이 넘을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적자는 백내장, 도수치료, 비타민·영양주사 같은 건강보험 미적용 ‘비급여’ 의료비가 여전히 통제불능으로 늘어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0개 손해보험사의 백내장 관련 보험금은 2018년 2490억원에서 지난해 6374억원으로 불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 동기 대비 58.2%나 급증한 481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백내장 치료의 고가 검사비를 건강보험 항목으로 전환해 건보 재정을 투입했는데도 전체 실손보험 지출은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허위·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청구 전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돼 본격 도입에 나서려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10년째 발이 묶여 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대해 의료계는 개인정보 유출과 보험사 계약을 의료기관이 처리해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진짜 반대하는 이유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에 대한 우려라는 것이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비급여의 종류와 양이 계속 늘고, 고무줄 가격 관행이 계속된다면 보험료를 아무리 올려도 적자는 늘 수밖에 없고, 공보험인 건강보험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실효성 있는 비급여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그 첫 걸음으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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