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검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백내장 검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안과 5곳 공정위에 공동신고

“1인 100만원 브로커 지급”

의료계·보험계 팽팽한 대립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로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병원의 과잉진료와 허위진단이 포착되면서 보험사가 공동으로 공정위원회에 신고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또한 지난해 25개 의료기관에서 브로커를 끼고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만 23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10년 넘게 팽팽히 맞서며 논의 중인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필요성이 재점화됐다.

◆보험사, 백내장 부당유인 안과 공정위에 고발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백내장수술환자를 부당하게 유인하는 행태가 포착된 서울 강남 소재 5개 안과에 대해 5개 손해보험사(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가 공동으로 공정위에 신고하기로 했다.

신고 대상은 다초점 백내장수술을 많이 시행하면서 보험사가 ‘부당 고객유인’ 행위 증거를 확보한 강남 소재 안과 5곳이다. 이들 안과는 백내장이 심각하지 않거나 아예 백내장이 아니어도 ‘허위진단’으로 수술을 하거나, 다초점 백내장수술을 하면 시력(노안)교정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으로 수술을 부추겼던 것으로 업계는 의심하고 있다.

손해보험사가 수집한 이들 안과의 환자 유인 행태를 보면 ‘수술환자 1명당 100만원’ 또는 ‘수술비의 5%에 부가세를 더한 금액’을 브로커에게 수당으로 지급했다. 또 소개를 받은 환자에게는 숙박비와 교통비 등 명목으로 30만∼50만원을 환급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제공하는 행태도 나타났다.

다초점 백내장수술 비용은 의료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이번에 신고 대상이 된 강남 소재 안과는 한쪽 눈에 460만∼500만원을 받는다. 불필요한 백내장수술은 환자에게 건강상 불이익을 주며, 심각한 부작용으로 해를 끼칠 수도 있는데, 특히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악화시켜 건보재정과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은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매년 백내장수술 보험금 폭증

작년 말 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주요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40대의 백내장수술 시행량은 2015년 대비 50.4%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40대 인구는 감소했다. 같은 기간 50대의 수술 시행건수는 무려 89.2% 급증했다. 손해보험사가 백내장수술에 지급한 실손보험 보험금은 2016년 779억원에서 지난해는 그 8.3배인 6480억원으로 폭증했다. 올해는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를 합쳐 1조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해가 거듭할수록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백내장수술 실손보험금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보건당국이 백내장수술의 환자부담을 줄이고자 많게는 300만원이 넘는 비급여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검사비용을 낮췄다. 그러자 안과에서는 다초점렌즈비용을 300만원 넘게 올리거나 처치·수술료를 신설해 비급여 수입을 고액으로 유지했다.

진료상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진료상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브로커 끼고 보험사기 의료기관 25곳 적발

작년 한 해 실손보험을 이용한 보험사기도 수백억원에 이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공영(건보)·민영 보험사기 공동조사로 지난해 25개 의료기관에서 허위 보험청구액 총 233억원을 적발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3월부터 공·민영보험 공동조사 협의회를 출범하고 금감원·건보공단·생·손보협회 등이 참여하는 공·민영보험 공동조사 실무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왔다.

적발 금액중 공영보험이 159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68.1%를 차지했고, 민영보험은 74억원(31.9%)이었다. 보험사기 유형별로는 사고내용조작이 152억원(65.1%)으로 가장 많았고, 허위입원(73억원), 허위진단(7억원) 순이었다. 최다 적발 유형인 사고내용조작은 실제와 다르게 치료병명과 치료내용 등을 조작해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하는 수법이었다.

특히 적발된 병원 25곳 중 실손 보험사기가 14곳으로 가장 많았다. 해당 병원 적발금액은 총 158억 원으로 전체 비중의 68%를 차지했다. 환자의 통원 횟수를 부풀리거나, 환자의 병원 내원, 치료사실이 없는 데도 가짜 진단서와 진료비영수증 등 발급을 통해 환자는 보험금을 받고 병원은 건보급여를 받았다. 대형 브로커 조직도 적발됐다. 브로커조직은 합법적 법인형태인 의료광고법인으로 위장해 안과·성형·산부인과·한의원 등과 홍보 대행 계약을 맺는다. 불법으로 환자를 알선해주고 명목상 홍보 대행료를 받는 사업 형태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필요성 재점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논의가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데 여전히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허위·과잉진료로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는 일이 빈번한가 하면 소비자는 복잡한 보험금 청구 형식에 포기를 하고, 낮은 비용은 귀찮아서 청구하지 않고 있는 것인데, 결국 보험료는 계속 오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도입하기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에서 계속 발의됐지만 여전히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개인정보 유출과 보험사 계약을 의료기관이 처리해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지만, 진짜 반대하는 이유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에 대한 우려라는 것이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보험업계도 환영이고, 소비자들도 원하고 있지만, 심평원이 비급여 항목 자료를 확보하게 되면 개인병원 등에서는 의료비를 부풀려서 진료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없는 측면도 있어 반대하는 것도 일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심평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데이터 교류를 통해 필터링이 되고, 의료계에서 장난치는 부도덕한 과잉진료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에 전산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일부 의사가 환자에게 보험청구를 하면 되는 항목이라며 필요 이상으로 진료를 권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보험료가 오르는 원인이 되고 말아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되기 때문에 청구 전산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 회장은 “비급여 진료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병원 운영의 커다란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기에 전산화를 하게 되면 이것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드러나니깐 병원에서 두려워하는 것”이라면서 “보험사가 소비자편익을 목적으로 전산화 목소리를 내지만 그간 소비자를 우롱했던 부분도 일부 사실이기에 의료계와 보험계의 팽팽한 대립으로 전산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출처: 연합뉴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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