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지난 6월3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같은 달 2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 갈무리) 2021.06.30.
[서울=뉴시스] 지난 6월3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같은 달 2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발언하는 모습. 

김여정, 김정은 뜻 앞세워 담화

주한미군 철수 요구 “전쟁 장비”

전문가 “무력 도발 감행 가능성”
남북·북미대화 재개 쉽지 않을듯

[천지일보=명승일, 김성완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 사전훈련을 시작하는 10일 담화를 발표해 한미를 동시에 비난했다.

최근 중국과 보조를 맞추는 북한은 도발 가능성까지 열어 놨다. 이로써 지난달 27일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감이 컸는데, 당분간 남북·북미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미국과 남한이 끝내 정세 불안을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며 “남한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자신은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담화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거기다 김 부부장은 북한이 그간 거론하지 않은 주한미군 철수도 요구했다. 그는 “조선반도(한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며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과 맞물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미동맹에 균열을 가하는 동시에 미중 간 대립구도 속에서 중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6일 한미군사훈련 반대를 표명하고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한 바 있다.

결국 최근 중국·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보이는 북한이 군사도발의 수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대두된다. 실제 김 부부장은 무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지난 3월 21일 순항미사일 및 3월 25일 신형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지금까지 추가적인 군사행동이 없다”며 “이미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초대형방사포에 대한 시험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다음 순서는 신형 잠수함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하지 않고, 자극적인 표현을 자제하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남북·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라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연합훈련 기간에는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렸다가 훈련이 종료된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갑자기 유화정책으로 전환했다”면서 “과민반응하지 말고 긴 호흡과 대전략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도발 징후는 이날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와 국방부가 관리하는 통신연락선 오전 개시통화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통일부는 “북한의 의도를 예단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면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 긴장이 고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군 당국이 한미연합훈련 일정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합동참모본부가 주관하는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3일까지 CMST를 실시한 뒤, 16일부터 본 훈련인 연합지휘소훈련(21-2-CCPT)이 시작된다. 본 훈련은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고려해 전반기 훈련 때보다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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