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7.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7.26

위헌‧독소조항 논란에도

與 “법안 충분히 검토”

안건 중재위도 무용지물

野 “국민, 회초리 들 것”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사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심의에 착수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를 위해 19일까지는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법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저지할 방안이 없어 속수무책인 국민의힘은 돌파구 찾기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언론중재법은 징벌적 손해배상, 정정 보도 청구권, 열람 차단 청구권 등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되 배상액은 언론사 매출액의 0.01~0.1%로 제한했다. 연 매출 3000억원인 신문사의 경우 15억원까지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 다만, 배상액 산정이 곤란하면 1억원까지 배상액을 부과한다.

‘중과실 추정’ 조항은 명확성이 떨어져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언론중재법에는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해 보도한 경우,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달라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사진 등 시각자료와 기사 내용이 달라 왜곡하는 경우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허위·조작 보도의 범위나, 악의를 가진 게 어떤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법이 추상적·포괄적인 상황이다. 또 공인과 기업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기 때문에 언론 자유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허위·조작 보도한 언론사에 합당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자정능력을 강화하는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이라며 “야당이 정쟁거리로 삼고 언론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설 만큼 우악스러운 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제공: 최재형 캠프) ⓒ천지일보 2021.8.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제공: 최재형 캠프) ⓒ천지일보 2021.8.10

윤 원내대표는 ‘미디어바우처법’ 제정과 신문법 개정까지 속도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에 필요한 숙려기간이 5일인 점을 고려해 19일까지는 문체위에서 언론중재법 의결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언론 관련 단체들이 위헌을 우려해 헌법학자 자문 등을 우선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선 “국회는 입법 기구로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법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부위원장인 김승원 의원도 “민주당에서 10여차례 토론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답변을 받았다. 또 국회 수석전문위원 등 입법 보좌진 수십명이 검토했다"며 "위헌을 말하는 헌법 교수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교수들도 있다. (그 비율이) 9대1, 8대1이라면 더 들어봐야겠지만 비슷비슷한 비율이라 아직 (자문 등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우선 이날 문체위 전체 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하되 의결 여부는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포함해 범여권이 전체 16석 중 9석을 차지하고 있어 표결 강행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한다면 안건조정위원회 소집을 요구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다만, 김의겸 의원이 ‘제1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조정위원’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 안건조정위를 통한 저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건조정위는 전체 조정위원 6인 가운데 민주당 3인과 김 의원이 찬성하면 가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임승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과 야당의 비판에도 언론의 자유를 파괴하는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은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잦아질수록 더욱더 따끔한 회초리를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10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의 자유가 제약 받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1인 시위에 동참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국회 앞 KBS 노동조합의 언론중재법안 반대 시위 현장을 방문해 약 20분간 1인시위에 참여한 뒤 “결의 과정에서도 국회법상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명확하지 않은 요건을 근거로 책임을 물리게 돼 있다.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소지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이 법이 정부의 의지대로 통과된다면 내년 대선 절차에 있어서 비판하는 언론의 자유가 제약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민주당의 강행 처리 시도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변인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부터 문체위에서 심의하는 언론중재법은 평범한 시민이 언론보도로 인해 받게 될 피해를 막는 일에는 무기력한 반면, 우리 사회의 주요 권력 집단에겐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막을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 및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 역시 크다”면서 “우리는 현재 상태의 민주당 언론 중재법에 반대하며 이 법이 그대로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반대할 것임을 밝힌다”고 역설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현재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은 언론노조를 비롯해 언론 시민단체들 상당수도 반대하고 있다”며 “이처럼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들지 못하는 법을 이토록 졸속 강행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방식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정작 중요한 개혁과제라 할 수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지역신문 육성을 위한 지역신문발전기금 확대, 편집위원회 설치와 편집규약 제정을 의무화하는 신문법 개정안 등은 국민의힘을 핑계로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 온존시키고 있다”며 “지금 민주당이 하는 일은 미래에 우리가 가져야 할 민주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외에도 한국기자협회 등 6개 언론단체는 9일부터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철회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언론인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이들 단체는 결의문에 “전·현직 기자, 보도 및 편집국장, 해설 및 논설위원, 편집인, 발행인 등 언론인들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입법 독재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결의문 채택과 함께 추진되는 이번 서명 운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20일까지 접수한다. 언론 6단체는 서명이 일정 수준 진행되면 청와대, 국회, 문체부 등에 서명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계·법조계·시민단체 등 각계의 반대에도 8월 중 이번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데 대한 대응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달곤 간사, 최형두, 김승수 의원 등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언론중재법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 2021.7.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달곤 간사, 최형두, 김승수 의원 등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언론중재법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 202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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