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들 24

서상만(1941 ~  )

우리 떠날 땐 웃으며 헤어지자
결코 우리는 영멸하지 않고
광막한 우주 그 어느 별에
티끌 같은 존재로 도생하다가
수수억만년 인연의 사슬로
다시 만나리 그리 믿어보자
그간 생로병사도 다 꿈이었다.
속박과 과욕에서 해방되는 이
죽음의 기쁨 맞을 준비나

 

 

[시평]

온 것은 언제고 떠나간다는 무왕불복(無往不復)의 이치는 모든 만상(萬象)에 적용이 된다. 인간도 어디에서부터 온 존재이므로 또 어딘가로 떠날 것이다. 그 누구도, 직위, 신분, 부귀 고하를 막론하고 떠나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떠날 때 우리는 어떠할까. 스스로 다짐한다. 웃자고, 그래서 지금까지 인연을 가지고 함께 했던 모든 것들과 웃으며 헤어지자고, 스스로 다짐하곤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결코 지금 떠나는 것이 영원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 광막한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어느 별에 티끌 같은 존재로 도생할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한다. 우리가 지금 이 지구라는 작디작은 별에서 하찮은 티끌 마냥 살아왔던 것과 같이. 우주의 어딘 가에서 또 다른 생을 살아갈 것이라는 기대. 그리하여 수수억만년 인연의 사슬로 우리는 언제고 다시 만나리라, 그렇게 믿어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났던 수많은 기쁨이나 아픔, 그리고 생로병사의 우리를 묶었던 사슬들, 어쩌면 죽음은 이러한 속박과 과욕에서부터 툴툴 털고 해방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 웃어야 한다. 찾아온 자는 언젠가는 떠나가야 한다는 무왕불복의 이치 속에서, 기쁨으로 맞이해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죽음을, 아니 새로움으로 향하는 우리의 또 다른 여행을.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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