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 (출처: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 (출처: 연합뉴스)

실패에 “괜찮아!” 외친 육상 우상혁

경기를 즐기는 스포츠맨십에 격려

비인기 종목에 “출전, 자랑스러워”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괜찮아!!”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 막바지로 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년 미뤄진 2020 도쿄 올림픽은 시작부터 다사다난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개최 여부도 불투명했으며 시작 직전까지 참가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개막식을 기점으로 전 세계는 올림픽 축제를 즐기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하루하루 들려오는 메달 소식과 선수들의 결과에 모두가 귀를 쫑긋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선수들의 모습과 이를 즐기는 국민들의 모습이다. ‘세계인의 축제’라고 불리는 올림픽이지만 여태 우리는 결과에 집착해 선수들이 금메달을 놓치면 우는 선수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그럴 수 있으나 경기를 바라본 국민들 역시 아쉬운 경기가 나올 때마다 비난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선수들과 국민 모두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온전히 축제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 노메달이지만 괜찮아

스포츠 선수들에게 있어서 올림픽은 자신의 역량을 최고로 선보이는 대회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가 있지만 올림픽은 그중에서도 최고로 친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4년마다 있는 이 대회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준비한다. 그래서 메달의 색깔과 수상 여부는 그들에게 최고의 목표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수상 여부를 떠나 온전히 경기를 즐긴 선수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육상의 우상혁 선수는 유독 시선을 끌었다. 육상은 메달 수확에 있어서 큰 기대가 없었기에 ‘우상혁’이라는 선수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1일의 주인공은 우상혁이었다. 25년 만에 있어진 한국의 높이뛰기 결승 진출이었으며 선수 자신의 최고 신기록과 함께 한국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록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의 스포츠맨십은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줬다.

우상혁은 출발선에서 뛰기 전 건강한 미소를 지으며 긴장을 풀기 위해 관중들을 향해 호응을 유도했고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우자 포효하며 한껏 그 기쁨을 즐겼다. 이후 메달을 위해 2.39m에 도전할 때도 관중을 향해 더 큰 미소와 박수로 호응을 유도하면서 긴장을 푸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결과는 실패로 끝났으나 그는 스스로 “괜찮아!”라고 외치며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카메라를 향해 경례 인사까지 보였다.

우상혁은 귀국 인터뷰에서도 “항상 높이뛰기를 재밌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분이 좋아야 높이도 잘 뛰어진다”며 “나는 잃을 게 없어서 즐겁게 뛰었다. 다른 경쟁자 친구들은 가진 것도 많고 세계 랭킹도 높은 선수들이었는데, 나는 즐길 수 있었다”고 말하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상혁 외에도 수영의 황선우 선수 역시 노메달로 끝났지만 그는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태환을 이어 ‘뉴 마린보이’로 떠오른 그는 남자 자유형 100m와 200m에서 한국 신기록과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그는 “첫 올림픽을 좋은 성적으로 마쳐 정말 후련하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셔서 행복하게 수영할 수 있었다”며 “세계 최고의 선수와 옆 레인에서, 나란히 경쟁할 수 있는 것만으로 정말 만족한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 황선우가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을 마친 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한국 황선우가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을 마친 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힘”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온전히 올림픽을 즐기자 함께 지켜보는 국민들 역시 결과가 아닌 그들의 땀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역도 김수현 선수와 나눈 SNS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네티즌은 김수현이 여자 76㎏급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을 받으면서 노메달로 경기를 마치자 “금, 은, 동으로는 정의되지 않는 성공, 실패로는 보여줄 수 없는 김수현 선수의 굵은 땀방울을 우리는 봤다”며 “역도의 미래는 너무나 밝고 희망차다는 것을 봤다. 당신은 자랑스럽고 또 자랑스러운 역도 국가대표이자 대한민국의 힘”이라고 위로를 보냈다.

이에 김수현은 “대한민국의 대표 선수인 것이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혼자가 아니라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한분 한분과 함께 든다는 생각으로 힘내겠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98년 만에 처음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럭비 대표팀을 향한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5전 5패의 기록이었으나 네티즌들은 비인기 종목임에도 노력한 그들을 향해 “올림픽 정신 그 자체” “출전 자체가 자랑스럽다”며 응원을 보냈다.

이처럼 이제는 모두가 올림픽을 축제로 즐기고 있었다. 과거 선수들이 은메달을 따고도 금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리던 때와 달랐다. 이제는 자신의 노력과 앞으로의 발전을 향해 웃는 선수들에게 국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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