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美 국방부 부장관, 이틀간 中 방문 (CG)(출처: 연합뉴스)
웬디 셔먼 美 국방부 부장관, 이틀간 中 방문 (출처: 연합뉴스)

셔먼, 인권탄압·코로나 기원조사 압박

中측 “내정간섭 중단‧레드라인 넘지 말라”

전문가 “셔먼의 中방문, 탐색전 성격 강해”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지난 3월 이후 넉달만에 재개된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부터 홍콩, 신장위구르, 대만 문제 등으로 또다시 신경전을 벌였다.

미중 간 대치 속 우리 측의 관심사였던 북한 문제는 비중 있게 다뤄지진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미측이 북한 문제만큼은 중국과의 경쟁관계 속에서도 협력할 사안이라는 점을 몇 차례 언급해 관심이 쏠렸었다.

◆미중협력 보단 갈등 부각

미 국무부는 26일(현지시간) 웬디 셔먼 부장관이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홍콩과 신장 지역, 억류된 미국과 캐나다인 문제, 기후위기 등과 더불어 이란, 아프가니스탄, 미얀마(버마) 등 여러 역내 사안들과 함께 북한을 다뤘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의 충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며 북한과 기후위기 등의 이슈에 대한 양측 간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하지만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협력은 상호 신뢰와 상호 이익, 건전한 양국 관계 분위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미국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할 땐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포함한 일부 사안에서 협력 가능성을 내비친 미국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대신 미중 간 협력 과제보다는 갈등 현안이 더 부각됐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셔먼 부장관은 미국의 가치, 이익, 동맹국 및 우방의 가치와 배치되고 국제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훼손하는 다양한 중국의 조치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2차 조사를 불허한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맞서 자오 대변인은 미측에 “중국에 대한 인식과 위험한 대중 정책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며 “중국의 코로나19 기원설과 신장위구르 자치구 및 홍콩·남중국해 관련 문제에 대한 미측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정간섭과 국익훼손을 즉시 중단할 것과 ‘레드라인(한계선)’ 밟기와 불장난을 멈출 것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톈진=AP/뉴시스] 미 국무부가 제공한 사진으로 26일 웬디 셔먼 부장관(왼쪽)이 중국 톈진에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 7. 26.
[톈진=AP/뉴시스] 미 국무부가 제공한 사진으로 26일 웬디 셔먼 부장관(왼쪽)이 중국 톈진에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셔먼 부장관, 방중 배경은

미국이 북한 문제 등 협력 분야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시각이 우세한데, 이를 두고 셔먼 부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성격보다는 미중관계에 대한 ‘탐색전’ 측면이 더 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기존 입장을 강화하고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한 협의를 해나가는 게 방중 목적이었다”면서 “어떤 획기적인 사건을 위한 방문이 아니라 관계를 점검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또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미중 양국이 현재 코로나19 확산세나 한편으로는 홍수 문제로 신경 쓸 여력도 없다”며 “양측에게 북한 문제는 의미 있는 소재가 아닌 만큼 ‘생색내기용’에 불과할 수 있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전문가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 한미 정책국장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통화에서 셔먼 부장관의 방중이 미중관계의 상황 관리에 중점을 둔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북한 문제는 전문으로 다루는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있다”며 “셔먼 부장관은 북한에 대한 기존의 미국의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대한 신뢰가 ‘0’인 상황에서 셔먼 부장관은 양국 간 악화된 분야를 점검해 보고, 이를 하나씩 다루는 방식으로 신뢰 관계를 다시 구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방중의 성격을 안정적인 공존을 위해 필요한 틀을 찾기 위한 일종의 탐구이자 첫걸음으로 봐야한다”고 진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CG)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