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용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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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상호를 보다 보면 가끔 깜짝 놀란다.

타 기업의 상호 특히 대기업의 상호를 무단 도용한 중소기업을 바라볼 때이다.

투자나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 외부 위원들 앞에서 뻔뻔하게 자사의 상호가 (대기업 상호로) 유명하기에 시장 개척하는데 상당히 도움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때때로 주변 사람들에게 대기업의 자회사로 오인혼동을 주기도 하지만 손쉽게 마케팅하고 물품 수주하는 데 도움이 크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들은 큰 코 다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아니 큰 코보다도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기에 신중하게 고려해서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는 게 옳다.

삼성그룹의 삼성이 2018년 7월에 등록된 삼성제약의 상표 ‘삼성제약 SAMSUNG PHARM SINCE 1929’ 2건과 ‘삼성제약헬스케어’ 1건에 대해 제소했다. 삼성그룹의 삼성 측의 주장은 “(과거의) 삼성제약 상표는 한자나 기업CI가 함께 노출돼 삼성그룹의 기업 상표 삼성과 구별됐으나, (최근에 등록된) 삼성제약의 상표는 (기존의 한자는 없이) 한글과 영어로만 표기된 채 출원해 우리 삼성의 상표와 서로 혼동될 수 있다(삼성전자는 1938년 삼성상회가 전신)”며 삼성제약의 등록상표의 무효를 주장했다. 이에 삼성제약은 “삼성제약이 삼성전자보다 더 오래전인 1965년부터 삼성이란 이름을 써왔다(삼성제약은 1929년 8월 창립한 삼성제약소가 전신)”라고 주장해 승소했다. 2심 특허법원까지 가서 삼성그룹의 삼성은 주지저명성을 인용해 삼성제약 등록상표의 무효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삼성그룹의 제약사업은 삼성바이오 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인식되지만 삼성제약은 삼성제약 또는 삼성팜으로 인식돼 관념적으로 서로 상이하다고 해 삼성제약의 등록상표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대기업 지주회사에서는 상표관리가 철저하다. 대기업 소속 계열사에 그룹 브랜드 등 상표권 사용료(매출액의 0.1%~0.2% 수준)로 지난해 기준 1조 4천억원의 수입이 있었는데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돼 있는 상표로서 주지저명성을 인정해주는데, 매출액, 광고비, 광고횟수, 광고기간,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해서 판단하는 만큼 상표의 주지저명성을 얻는데 최선을 경주한다.

대기업의 상표나 주지저명상표를 사용할 경우의 말로는 어떠할까?

미국 LA에서 대형 냉동장비와 숟가락 등 식당장비를 납품하던 기업은 마치 삼성 관계사인양 영업을 하다가 삼성그룹의 삼성 측에서 ‘삼성 간판을 내리라’는 경고장을 받았다.

LG 브랜드를 무단 도용해 대부 업체를 하던 기업은 상표권 침해소송으로 10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충남에서 노래방을 하던 버버리 노래방은 버버리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2천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에 있다.

건설업을 하던 삼성산업은 삼성그룹에서 무효심판소송을 제기해 급기야 간판을 변경하게 됐다. 간판만 내리면 되는 게 아니다. 상표 권리자는 본인의 권리를 침해한 자 또는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서 침해 금지 또는 그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 침해 조성한 물건을 페기하고 침해 예방에 필요한 행위의 청구까지 가능한 민사적 구제를 받고, 나아가 침해행위를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형사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상표권자는 판매, 유통, 광고를 하며 등록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동일 유사한 지정상품과 동일 유사한 상품에 대해 사용을 금지하고, 상표권의 속지주의 원칙 아래 국내 전역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 현대, 롯데 등 대기업의 상호를 기업이나 가게의 자신들 상호로 무단 사용하는 곳이 전국 55만 72개소에 달하는데, 삼성, 현대, 롯데, 동부, SK, LG, 금호, 한화 순이라는 통계가 있듯 자사의 브랜드를 너무 쉽게 유명상표에 편승해 부당이득을 꾀하는 경향을 과감히 탈피해야 불안정한 기업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상표는 시청각적으로 똑같은 상표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관념적으로 유사한 상표까지 보호해주므로 원하는 상표를 잘 검색해 자신의 상표를 확보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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