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인천공항에서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쉬고 있다. ⓒ천지일보 2021.7.16
사흘째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인천공항에서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쉬고 있다. ⓒ천지일보 2021.7.16

‘사흘째 폭염’ 어르신들 피서지로 공항선택

“코로나로 복지센터·콜라텍 등 못 가게 돼”

“공항, 쾌적하고 구경거리 많아… 운동도”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인천공항은 우리 같은 노인들에겐 놀이터죠.”

전국에 사흘째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인천공항이 코로나19와 더위를 피하는 곳으로 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통제된 곳도 많고, 무더위로 인해 갈 길을 잃은 어르신들이 인천공항을 찾고 있다.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신미자(75, 여, 부천)씨는 인천공항은 놀이터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친구 김말분(77, 여, 인천)씨의 추천으로 더위를 피해 친구들끼리 자주 공항에 온다고 했다.

점심시간인 낮 12시경 제2여객터미널에 배치된 벤치에는 TV를 보거나 자그마한 가방에서 바리바리 싸온 음식들을 꺼내 먹는 어르신들이 있었다. 이들은 구멍이 숭숭 뚫린 모자를 쓰거나 등산복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부채나 손 선풍기를 들고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제2여객터미널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여름만 되면 이곳을 찾는다는 김씨는 인천공항의 홍보대사다. 김씨는 30년 전 노래교실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더위를 피하기 좋은 장소로 추천해 현재는 만남의 장소로 줄곧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흘째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인천공항에서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쉬고 있다. ⓒ천지일보 2021.7.16
사흘째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인천공항에서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쉬고 있다. ⓒ천지일보 2021.7.16

이날도 김씨는 신씨를 포함한 3명의 친구들과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최근 들어 코로나19로 갈 곳이 더 없게 돼 이곳을 자주 찾게 된다고 했다.

신씨는 “얼마 전에 갔었던 인천 대공원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통제를 해 못 가게 됐다”면서 “코로나19가 있기 전에는 더위를 피해 콜라텍도 가고 복지센터도 갔지만 이제는 갈 데가 없다. 인천공항만큼 피서지로 좋은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서민들은 집에 에어컨 틀고 지내면 전기세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틀 수 없다”며 “그러니 집에 있으면 얼마나 갑갑하겠는가. 하지만 여기는 추울 정도로 냉방이 잘 돼 있고 볼거리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3층에 올라가면 백인·흑인 가릴 것 없이 다양한 패션을 갖춘 많은 외국인들도 보인다. 2층에는 야자수가 있는데 거기서 사진 한 장 찍고 주위에 보여주면 ‘외국갔다왔냐’, ‘여기가 도대체 어디냐’고 묻는다”면서 “5층 전망대에 가도 우리 같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와서 구경을 많이 한다”고 부연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거주하는 김영일(가명, 86)씨는 “집에 있으면 공상만 하게 되고 심심하다”며 “친구들은 다 하늘나라 가고 난 놀데도 없고 공항철도는 무료라 이렇게 자주 나온다. 노인이라 무더운 날씨에 밖에 돌아다니면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덥다고 가만있으면 병이 생긴다. 다른 약은 필요 없고 운동이 최고”라며 “산에는 덥기도 하고 다리가 아파서 못 올라가고, 3층에 가서 3바퀴만 걸으면 운동도 되고 덥지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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