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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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폭력 피해자를 가해자에게서 즉시 분리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학교폭력 상황에서 피해자를 가해자에게서 최대 3일간 즉시 분리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일부개정안은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와 두려움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학폭’ 피해자가 가해 학생들로부터 며칠간 단순 분리해 생활한다고 피해자가 이미 겪은 상처와 땅에 떨어진 자존감, 대인 기피증이 해결이 될까. 일부 단체는 학폭 피해 학생의 심정은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학폭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호한 상황에서 분리조치를 할 경우, 특정 학생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하는데 이들이 주장하는 특정학생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피해 학생이 학폭 가해자들 때문에 학교에 가기를 두려워하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는 위중한 상황에 학습권 침해 타령만 하고 있다.

더 이상 피해 학생이 공황장애, 우울증, 피해망상이 발생하기 전에 피해자를 가해자와 분리시키는 것은 당연한 조치며, 학교폭력 가해학생 선도·교육프로그램 실시가 절실하다. 교육부는 여전히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보완 타령’만 하고 있다.

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학폭 피해 학생들은 나중에 성인이 돼도 자존감이 떨어지고 대인 기피증, 우울증, 공황장애, 피해망상 같은 증상에 시달린다. 지금 당장은 가해 학생들을 마주치는 것도 두렵고 학교에 가기 싫어하며 학업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올해 상반기 스포츠계, 연예계를 상징하는 어두운 키워드를 꼽는다면 ‘학폭’일 것이다. 학폭 논란에 휩싸였던 스타들을 살펴보면, 배우 지수와 박혜수, 배구 이다영·이재영 자매, 야구 이영하, 김대현, 남자배구 박상하, 축구 기성용, 트로트가수 진해성, 그룹 세븐틴 민규, 아이오아이 김소혜 등 다수다.

10대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스포츠 스타와 아티스트가 만약 과거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면 스포츠와 연예인을 희망하는 10대들뿐 아니라 그들을 통해 행복해하는 많은 팬들에게 용서할 수 없는 충격일 것이다.

앞으로는 일진이나 ‘학폭’ 경험이 있는 학폭 가해자는 스포츠와 연예인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들에게 당한 피해자나 이 사실을 인지한 네티즌들은 온라인에서 퇴출운동을 벌일 것이고, 사회적으로도 구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받은 정신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없애고 원위치로 돌리기에는 무엇을 제공해도 쉽지 않다. 더 이상의 피의자와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각 학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엉뚱한 소리를 내뱉지 말고 더 이상의 어린 피해 학생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해 학생을 엄벌할 수 있다는 ‘학폭근절 교육프로그램’을 초등학교에서부터 실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학폭은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발생하고 중학교 때 상당히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때 신체발달, 뇌 발달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이며 자존감이 발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학폭 가해는 주로 혼자하지 않는다. 주변 4~5명씩 어울려 다니며, 혼자 다니는 약자를 골라 괴롭힌다. 피해자는 상처를 기억해도 피의자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과거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머피의 법칙’처럼 ‘학폭’을 경험한 피해 학생은 졸업 후 상처를 받은 상황에서 계속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주변의 상황들이 꼬여만 간다.

학교폭력에서 제일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이다. 괴롭힘을 당한 장면들이 계속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또 학폭을 당했을 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고, 앞으로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체념으로 삶을 살아간다. 교육부는 말로만 보완한다고 하지 말고 많은 학부모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학폭근절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실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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