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 권오섭
다닥다닥 탁자 위로
소탈하게 언 저진
소주잔과 눈 뜬 광어 한 접시

불혹의 친구와 마주한
기울어진 술잔은 스물의 회상과
현실의 고단함을 젓가락질한다.

마법의 손놀림에
비스듬히 누워 버린 시간이
오늘도 어김없이 최면에 걸리면

중년의 희끗희끗한 생을 보며
까까머리 십 대의 도전을
잔에 눌러 따른다.


광어의 팽한 시야는
아내 모습이 중복되며
마흔의 어깨는 비틀거린다.

-약력 -
서정문학 시 부문 등단
서정문학 작가협회 회원
만해 한용운 시맥회 회원
공저 <서정의 뜰>

-시평-
권오섭 시인은 <광어 한 접시>를 통해 땀방울 흘리며 열심히 달려가는 삶을 아름답게 녹여내고 있다. 이 시에 있어서 불혹의 화자는 바로 우리네 서민들 자화상이라 할 수 있으며, ‘중년의 희끗희끗한 생을 보며/까까머리 십 대의 도전을/잔에 눌러 따른다’에서 자신을 뒤돌아보며 미래와 더불어 살아야 할 인내와 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화자에게 그런 끈기를 유발하는 대상이 광어 한 접시와 소주와 친구다. 광어 한 접시는 어려운 서민들 모습을 암시함과 동시에 불안한 삶을 위로해 주기도 한다. 따라서 이 시는 삶의 에너지를 제공해 주면서도 ‘광어의 팽한 시야는/아내 모습이 중복되며/마흔의 어깨는 비틀거린다’라는 시적 표현에서 보듯 사랑하는 이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의 마음이 동반된다.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작은 일상을 표출하여 독자들에게 ‘시란 곧 삶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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