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광실 명인의 잘 빠진 접시에
화폭처럼 담길 수 있었던 것은
하이얀 찹쌀 익반죽이 폐경의
여인네 젖가슴만큼
질퍽한 농으로 굴려져 치대지고
물오른 가슴들 메우는 봄날의
처방전이 쓰여지고 있는 까닭이다

분홍빛 배후에 관해서
한낱 툭 떨어져 시들어 죽음보다
하이얀 순결위에 얹혀져
옛사랑을 더듬는
아름다운 유배이라

새롯이 솟는 정자나무 연두빛 청초함과
차한잔을 앞에 두고 검은 사막을
건너와 참빗살 고운눈길 왕관 받아 쓴
황홀한 동정녀

-약력-
서정문학 시부분 신인상
서정문학 기자
한국 서정문학 작가협회 회원
에프씨산업 경영관리 이사

-시평-
시(詩)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지 못할 우주 만물은 없다. 일상생활 그 자체에서부터 모든 대상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맑고 순수한 영혼은 향기로운 ‘시어’로 둔갑한다. 그러면 박은영 시인의 <진달래 화전>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첫 연, 1행 2행에 나타나 있듯이 인간과 자연을 비롯한 모든 존재는 인연이 모아지면 나타나고 흩어지면 소멸된다는 연(緣)의 조건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시에는 자연의 신비스럽고 영묘한 이미지가 가득 풍긴다. 화전 중 으뜸이라 할 진달래 화전은 입에 담는 즐거움보다 눈으로 먹는 즐거움이 더 좋듯이 이 시는 읽고 또 읽어도 아름답고 가독성이 좋다. ‘분홍빛 배후에 관해서/한낱 툭 떨어져 시들어 죽음보다/하이얀 순결위에 얹혀져/옛사랑을 더듬는/아름다운 유배이라’라는 강렬한 이미지의 숨막히는 표현처럼 좋은 시란 시인 특유의 독자적인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젊은 여성 시인인 박은영 시인은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사물이나 현상의 형이상학에 대해 삶을 스치고 지날 듯 가깝고 신선하게 다루었다. 진달래 화전을 감상한 것은 큰 기쁨이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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