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채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들어 6500억 채권 발행

기업 자율에 맡겨진 사후보고

친환경 표방 이익 챙길 우려도

환경부 “사후관리 종합검토 중”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공기업들이 친환경 경영방식인 ‘ESG경영’을 외치며 녹색채권 발행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가운데 채권발행의 사후 관리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SG채권은 조달된 자금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와 관련된 투자에 한정해 사용해야 하는 채권이다. 용도에 따라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한 이후 정부 부처는 ESG 관련 사업을 추진하거나 그린뉴딜을 뒷받침할 방안을 내놨다. 2050 탄소중립 정책은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정부 정책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공공기관의 녹색제품 구매실적 등 ESG 관련 내용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며 ESG경영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남부발전 등 공기업들이 적게는 500억원에서 많게는 3000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하는 등 ESG경영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수자원공사는 1군 공기업에선 처음으로 녹색채권 발행에 성공했다고 내세웠다. 발행한 녹색채권은 500억원의 발행규모로 오는 2024년 만기에 금리는 시중금리 대비 0.1%p 낮다. 채권발행으로 모은 자금은 물환경 개선을 위한 상수도 노후관 개량과 확충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번 채권발행을 시작으로 올해 총 3000억원 가량의 녹색채권을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다.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철도공사도 올해 들어 각각 30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된 공기업 4곳의 녹색채권 상장잔액(상장된 채권발행 총액)은 한국남부발전 1000억원을 포함해 총 75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한국철도공사는 올해 약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의 녹색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녹색채권 발행으로 신재생에너지·환경정화사업 투자와 친환경 전기 철도차량 구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서부발전 등 여러 공기업들도 녹색채권 발행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로공사는 터널·가로등 LED 신규설치와 교체사업, 수소충전소 설치 등과 관련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화 기준 약 5600억원 규모의 ESG 해외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이처럼 민간기업을 넘어 공기업에서도 최근 ESG경영 바람이 불면서 기업들의 ESG 채권발행이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SG경영으로 석탄발전 위주의 공기업이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면서 안정적인 자금조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 목적이라는 채권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더라도 이를 막을 장치가 부족해 ‘허울뿐인 녹색채권’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부 가이드에 따르면 녹색채권은 발행자금을 환경개선 목적을 위한 프로젝트에 사용해야 하며 자금사용처, 프로젝트 평가·선정과정, 조달자금 관리, 사후보고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자금사용처나 발행 환경개선 효과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도 작성해야 하지만 보고서 공개 여부는 의무가 아닌 단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일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외부기관을 통해 보고서 인증 작업을 준비하거나 사후 보고서를 공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율에 맡겨진 상태여서 그린워싱(친환경 기업경영을 표방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행위)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환경부 녹색산업혁신과 관계자는 “작년 말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금융위원회와 함께 관련 사업 프로젝트 예시와 인증체계를 마련했지만 그린워싱 등 사후관리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인지하고 있다”라며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논의 중이다. 정부가 담당할지 금융시장의 자정기능을 강화할지 등의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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