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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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다. 도대체 우리 숲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가뜩이나 산에 들에 태양광이다 풍력이다 말들이 많은데 간벌이나 조림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위해 멀쩡한 숲의 나무를 베어낸다고? 그것도 우리 산림의 65%를 차지하는 31~50살 나무들을 베어내겠다니 도대체 제정신인가.

최근 산림청이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며 31~50살 나무들을 베어내고 어린 묘목으로 대체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이는 한마디로 한창 성장기에 있는 어린 아이를 호흡이 가빠지는 중늙은이 취급하며 제거하고 대신 갓난아기들을 잔뜩 세워놓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산림청이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으로 수립한 ‘오래된 숲을 베어 내고 어린 나무를 심겠다는’ 이른바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은 그 발상부터 잘못됐다. 산림청은 지난 1월 산림의 탄소 흡수능력 강화를 위한 핵심과제로 ‘영급구조 개선’을 제시했다. 영급은 나무의 나이를 10년 단위로 구분하는 산림용어다. 산림청은 30년생 이상 산림이 전국 산림면적의 7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불균형한 영급구조’로 규정했다. 또한 이산화탄소 흡수량 감소 주원인 역시 불균형한 영급구조에서 찾고 있다. 즉, 산림의 생태적 기능은 안 보고 30년 넘은 숲을 쓰레기 취급한 것이다.

수령 30~50년 이상 나무들은 1970~80년대에 심어 이제 본격적으로 생장할 나무들이라 적절한 간벌로 덩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무슨 어이없는 역주행인가? 산림청이 아니라 산림파괴청이라고 비난하지 않을 수 없고 환경보존 사업이 아니라 환경파괴 사업이라고 비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산림청이 추진하려는 영급구조 개선은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량 감소 원인으로 산림 노령화를 지목한 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사 결과는 주요 수종 나무의 흡수량만 집계한 것이라는 점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가령 잣나무 숲이라고 잣나무만 자라는 것이 아닌데도 잣나무 흡수량만 따진 것이다. 옆에서 자라는 다른 나무나 토양 등에 흡수되고 저장되는 탄소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30~50년생 나무들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확실치가 않다. 산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숲은 150년 정도 노령화되면 결국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배출량이 같아지는 탄소중립 상태에 들어간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더 넓은 범위와 다양한 환경의 숲에서 진행된 연구를 통해 상반된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이런 믿음은 허물어져 가고 있다. 2008년 유명과학저널 ‘네이처’에는 숲은 800살이 될 때까지도 이산화탄소 순흡수원으로 기능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14년에는 대부분의 나무는 노령화돼도 연간 온실가스 흡수량이 둔화되지 않는다는 16개국 과학자들의 공동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6개 대륙의 열대·아열대·온대 기후대에서 자라는 400여종의 나무를 장기간 조사해 얻은 결론이다.

그리고 백보 양보해 그렇다 하더라도 산림청의 벌목과 조림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숲에서 베어진 크고 작은 나무들이 모두 수거돼야 한다. 그래서 목재 제품으로 만들어져 탄소를 계속 저장하거나 바이오에너지 등으로 활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목에 수반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새로 심어진 어린 나무들이 활발하게 흡수하고 저장하는 양을 상쇄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산림의 흡수량이 아니고 저장량이다. 탄소 흡수가 목적이라면 스스로 자연림으로 대체돼 가는 인공림을 다시 인공림으로 바꾸지 말고 자연림으로 바꾸면 훨씬 많이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매년 나무를 비롯한 녹엽식물이 흡수하는 탄소의 총량은 약 1000억톤으로 식물이 제거하는 아산화탄소량은 지구 대기권 내 이산화탄소 총량의 약 8%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숲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6.3% 제거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4억년 전 지구 대기의 80%는 이산화탄소였다. 나무는 80%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포도당으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만들어 지금의 지구 대기 환경을 만들었다. 2050년 탄소제로 목표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산림청의 숲 베기 정책은 잘못됐다.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숲 살리기 사업’이 하천 생태계를 초토화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이어 숲 생태계마저 괴멸할까 심히 두렵다”는 원로 생태학자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우리는 녹화에 성공했을 뿐 조림에 성공한 나라가 아니다. 지금은 생태적 조림 사업을 할 때지 녹화 사업을 반복할 때가 아님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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