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AP/뉴시스]13일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 밖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도쿄=AP/뉴시스]13일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 밖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말라"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역 어민과 주민들의 반대 속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대량의 방사능 오염수를 2년 후에 태평양으로 방류하기로 했다.

“기준치 40분의 1로 희석”

125만t 보관중·2년후 배출

방출 삼중수소는 발암물질

현지 어민·韓·中 즉시 반발

“관련국 합의 전 배출 안 돼”

NGO “가장 싼 방법 선택”

[천지일보=이솜 기자]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한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관계 각료 회의에서 승인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에 1만 9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참사로 발생했다. 이 대지진으로 원전 발전소의 6개 원자로 중 3개가 붕괴된 ‘핵 재앙’이 일어났고 수만명의 사람들이 원전 주변을 탈출하거나 대피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손상된 원자로 노심 3개가 녹지 않도록 냉각수를 지속적으로 주입하고 있는데, 냉각에 사용된 폐수와 오염된 장소에서 나온 비와 지하수 등은 하루 170톤 정도 계속 축적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125만톤에 달한다. 이를 모두 방류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오염수는 물과 지하수를 섞은 후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주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지만 삼중수소(트리튬)은 걸러내지 못한다. 삼중수소가 남아 있는 이유는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이며 물과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 홀딩스는 이르면 내년 가을에 오염수 저장 공간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처리할 방법을 모색해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9년 폐수를 바다에 방류하거나 증발시켜 폐기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경제산업성 분과위원회는 2020년 2월 삼중수소수를 바다로 방출하고 증발시키는 것이 두 가지 모두 현실적인 선택이며, 전자는 기술적으로 더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방침에 따르면 탱크 내 폐수의 약 70%가 오염 허용 배출 한도를 초과하지만 방출되기 전 다시 걸러서 바닷물로 희석된다. 삼중수소는 1리터(ℓ)에 1500베크렐(㏃)로 희석시킬 예정이다. 이는 일본 안전 기준에 따라 허용되는 농도의 40분의 1이며 세계보건기구(WHO)의 식수 지침의 7분의 1에 해당되므로 안전한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삼중수소란 양자 한 개와 두 개의 중성자를 가진 수소의 한 형태로 방사능을 만들 수 있어 핵무기 제조, 시계 다이얼과 같은 야광 물품 등 다양하게 응용된다. 발암 물질인 삼중수소를 흡입하거나 섭취할 경우 체내에 축적되며 피폭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시설물을 새로 짓고 안전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삼중수소수가 실제 바다로 배출되기까지는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의 결정을 지지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런 도전적인 상황에서 일본은 선택권과 효과를 저울질했고 결정에 대해 투명했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원자력 안전 기준에 따라 접근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과학적으로 건전하고 전 세계 원자력 산업의 표준 관행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과 서방 주요 언론들도 대체로 일본 정부의 결정에 우호적인 보도를 내놓았다.

[소마=AP/뉴시스]지난달 27일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의 한 공판장에서 어민들이 잡은 생선을 배에서 옮기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현 일대 성화 봉송로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마=AP/뉴시스]지난달 27일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의 한 공판장에서 어민들이 잡은 생선을 배에서 옮기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현 일대 성화 봉송로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어민·주변국 반발

그러나 일본 정부의 계획은 지역 관리들과 어업계의 강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후쿠시마 해산물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시 히로시 전국수산연합회장은 지난주 스가 총리를 만난 후 “여전히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어민조합연합회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물이 안전하다는 정부 메시지가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수산업 회복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가 “극히 무책임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은 안전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 국가 및 국제사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오염수 처리를 결정했다”며 “이러한 결정은 지극히 무책임하고 국제 건강 안전과 주변국 국민의 이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오염수 처리는 일본 국내 문제가 아니라며 관련 국가 및 국제원자력기구와 충분히 협의하기 전까지 함부로 오염수를 배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그린피스도 성명을 통해 “인권과 국제해양법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난하며 오염수에 남아 있는 탄소14 같은 방사성 물질이 쉽게 먹이 사슬에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방사능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기술을 사용하기보다는 태평양에 물을 버리는 가장 저렴한 방법을 택했다”며 “여과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물을 저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유엔 특별보고관 5명도 지난 3월 오염수가 여전히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며 해양 방류 계획이 ‘수용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2월 23일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타운의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저장탱크. (출처: 뉴시스)
2017년 2월 23일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타운의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저장탱크. (출처: 뉴시스)

AP통신에 따르면 일부 과학자들은 이렇게 많은 양의 오염수 노출로 인한 해양 생물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수년간 누수, 유출, 장비 오작동, 안전침해 등으로 도마에 올랐던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 또한 현지인들의 회의감을 부추겼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번 결정은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3개월 앞두고 나온 것이다. 올림픽 일부 행사는 폐허가 된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불과 60㎞ 떨어진 곳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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