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에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에 "유엔 대북 결의 위반"이라며 "우리는 동맹국·파트너와 논의하고 있으며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프가니스탄 철군 여부, 투표권 제한, 북한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말까지 2억개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도로, 다리, 기술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데 현재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밝혔으며, 투표권 축소에 분노했고, 상원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와 관련 자신의 견해에 새로운 기반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번 약 1시간 동안의 기자회견 중 많은 부분이 국경 문제에 대한 논의로 채워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홍보에 나선 1조 9천억 달러의 구제 법안과 코로나19 대책에 대해서는 어떠한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필리버스터·코로나19·인프라 등 국내현안 우선순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공약과 같은 몇 가지 측면에서는 구체적인 약속을 했지만 특히 총기 및 이민법에 대해서는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해야 할 장기적 문제”라며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민자들의 급증과 이틀 간격으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사건들로 자신의 일정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알린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규제법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거나 총기 규제 법안을 의사당에 제출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이행하라는 압력에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공화당의 상원 필리버스터가 바이든 대통령의 의제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떠오른 가운데 그는 특정 사안에 대해선 이 규칙을 없앨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필리버스터에 부과된 60표 문턱이 거대한 방식으로 남용되고 있다며 규칙 사용을 저지할 수 있는 방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필리버스터의 결과로 완전한 폐쇄와 혼란이 일어난다면 자신이 말하는 것을 넘어서야 할 것이라며 필리버스터의 제한이나 폐지를 위한 보다 광범위한 제안들을 결국 지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권을 제한하려는 공화당의 노력은 병들고 비미국적”이라며 “국민투표를 어렵게 만들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비열한 행동을 각 주들이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및 경제 위기와 싸우고 있는 정부의 진전을 홍보하면서 4월말까지 2억개의 백신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공화당의 지지 없이 밀어붙인 1조 9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구조계획’을 언급하며 “어제까지 1억 달러 이상의 지급액이 미국인 은행 계좌로 들어갔다”며 “사람들의 호주머니에 있는 진짜 돈이 안도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수백만명이 더 빨리 돈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후 100일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과반수 이상을 개방하겠다는 선거 공약도 현재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35일 동안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밝혔다.

대유행 구제 법안이 제정됨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주에 발표될 그의 다음 주요 계획이 “이 나라의 물리적, 기술적 인프라를 모두 재건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좋은 보수를 받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 관리들은 약 3조 달러 규모의 계획을 준비해왔는데, 이는 기반시설을 직접 다루는 것과 다른 국내 우선순위에 초점을 맞추는 두 부분으로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北에 첫 경고… 아프간·대중 무역 입장도

외교 정책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대규모 사이버 공격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응징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고, 대담해진 중국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으며, 이에 앞으로 몇 주 내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는 5월 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연말이 지나도 여전히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와 관련해 그가 시한을 정했음을 의미하는 첫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동맹국들과 만나왔다”며 “우리가 떠난다면 안전하고 질서정연한 방법으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그곳에 오래 머무는 것은 내 의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1년 9월 11일 테러 공격을 개시한 알카에다 기지를 없애라고 미군에 침략을 명령한 지 거의 20년 후 아프간에 남아 있는 2500명의 미군 병력을 철수시킬 계획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취임 후 북한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이날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데 대해 유엔의 결의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만약 그들(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대응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핵화를 최종 결과의 조건으로 두며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시대의 대중 관세와 관련한 구체적 질문에 대해서 그는 “우리는 중국과 대결을 원하지 않으며 극심한 경쟁을 추구할 것”이라며 “중국은 국제규범을 따라야 한다. 공정무역과 공정관행을 해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또한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해 “이는 21세기 민주주의의 효용과 독재국가 사이의 싸움”이라며 “우리는 민주주의가 효과가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총기는 장기 문제… 2024 재출마 의지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주의적 입장으로 국경에 이민자가 폭증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내가 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온다는 것에 우쭐해야 할 것 같다”고 비꼬며 “도널드 트럼프가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가 집권하는 동안 이민자 31%가 증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게 그들이 오는 이유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행정부가 이민 온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확장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민에서부터 총 등은 장기적인 문제”라며 “이런 것들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약속한 대로 총기 회사 책임 법안을 의회에 보내거나 참모들이 검토해온 이른바 ‘유령 총(일련 번호가 없는 총)’ 규제 등 행정명령을 내리는 결정을 내렸느냐는 질문에 “위의 모든 것(위의 답변과 같다)”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것은 타이밍의 문제”라며 그의 다음 주요 우선순위는 인프라임을 분명히 했다.

2024년 연임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바이든 대통령은 처음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재출마 하는 것이 자신의 ‘기대’였다고 말했으나 이후 그가 중대한 결정을 미리 계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전반적으로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광범위한 문제들에 대한 확고한 이해력을 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은 수십년의 실패와 두서없는 발언으로 백악관과 선거 유세장에서 그를 기자들 앞에 오래 앉히는 것을 꺼려왔다며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은 그 자신에게 큰 해를 끼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사람은 종종 그가 도발을 받을 때 화를 내고 장황한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며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이 두 가지가 모두 표출됐다고 지적했다. 또 그가 기자회견 동안 대본에 있는 대화 내용에 더 의존했음이 분명하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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