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7.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DB

검찰 중간간부 인사 키워드

 

주요수사팀 대부분 그대로

尹과 신현수 수석 의견 반영

이성윤 힘 싣기 없었지만

윤석열 사단 복귀도 없었다

임은정 수사권 부여 주목

한명숙수사팀 의혹 조사 예상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관심을 모았던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22일 단행됐다. 원전 의혹 등 주요 수사팀이 그대로 유지됐고, 인사가 18명의 전보로 소폭 이뤄졌으며,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수사권을 거머쥐었다. 키워드 별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분석해봤다.

◆타협1- 김학의·원전 등 주요수사팀 유지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고검검사급 검사 18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는 조직의 안정과 수사의 연속성을 위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실시하면서도, 검찰개혁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인사규모 및 구체적 보직에 관해 대검과 충분히 소통하며 의견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청법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은 뒤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전임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패싱’이라고 할 정도로 윤석열 총장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다. 인사 논의를 위한 면담도 없었다.

후임 박범계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윤 총장을 두 차례 만나며 검찰 인사에 대해 논의를 가졌다. 법무부와 검찰 관계가 그래도 순풍을 타는 게 아니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고위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의 핵심 요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또 다시 윤석열 패싱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여기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인사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이유로 사표를 내면서 검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 수석의 사직을 만류하는 상황에서 일주일을 끌은 정국의 마무리는 신 수석과 검찰 인사와 관련한 깊은 논의를 하는 것이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8

박 장관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제 판단으로는 (신 수석과) 충분한 소통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신 수석께서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고, 직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신 수석의 복귀를 알렸다.

신 수석은 복귀 여부를 고민하는 주말 동안 박 장관과 검찰 인사에 대해서도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문 대통령의 ‘레임 덕’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검찰 인사로 또 다시 거센 분란을 일으키기엔 부담이 너무 컸기에 윤 총장과 신 수석의 의견을 수렴·반영하는 것으로 중간간부 인사가 진행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 결과 주요 수사팀이 그대로 유지됐다. 앞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이날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 “대검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사건의 수사팀, 대검이나 중앙지검 보직 부장들의 현 상태 유지와 사직으로 발생한 공석을 채우고, 임의적인 핀셋 인사를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대검의 요구대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 중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검사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검사 등은 모두 유임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관용차량을 타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 24일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사건에서 “본안소송 1심 판결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징계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며 인용결정을 내렸다. ⓒ천지일보 2020.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관용차량을 타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DB

◆타협2- 윤석열·이성윤 치우침 없는 현상유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킨 상황에서 이 지검장과 갈등을 빚은 중앙지검의 중간간부들을 이동시키리란 전망도 있었으나 이번 인사에서 그런 일 역시 일어나지 않았다.

변필건 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이 무혐의라고 결재를 올렸으나 이 지검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있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이에 인사이동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자리를 지켰다.

물론 박 장관이 다 들어주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대검은 윤 총장과 함께 일했으나 지난해 인사에서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검사들에 대한 복귀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정진웅 중앙지검 부장검사(현 광주지검 차장검사)를 향해 공개적으로 지적한 박영진 당시 대검 형사1과장은 같은 달 29일 인사에서 울산지검 형사2부장으로 전보됐다. 박 부장검사는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증인으로 나서 윤 총장 편에 서기도 했다. 이때 인사에서 윤 총장 취임과 함께 대변인 역할을 했던 권순정 당시 대변인도 전주지검 차장검사로 발령됐다.

대검은 두 사람을 비롯해 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으로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했던 이복현 대전지검 형사3부장검사 등의 원대 복귀를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즉 박 장관은 ‘이 지검장 힘 실어주기’를 미뤄두면서도 ‘윤 총장 힘 되찾아주기’도 하지 않았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10.04.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출처: 뉴시스) 

◆임은정 수사권으로 윤 총장 견제 계속?

임은정 연구관이 수사권을 갖게 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법무부는 임 연구관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서 겸임발령했다. 이는 검찰연구관은 고검이나 지검의 검사를 겸임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15조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 대검 감찰부로 발령된 임 연구관은 그간 연구관 신분으로만 있어서 수사권이 없었다. 이 때문에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나 임 연구관 본인이 수사를 위해 지검의 검사로 부임한 뒤 대검으로 직무대리 발령하는 형식을 요청했으나 그 동안엔 허락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대검 내 발령은 전적으로 윤 총장 의지가 중요하다. 윤 총장이 임 연구관이 수사권을 갖는 걸 탐탁지 않았던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법무부가 인사를 통해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면서 임 연구관은 좀 더 수월한 감찰 업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연구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위증 강요·강압 의혹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수사권을 바탕으로 필요한 경우 피의자 입건과 압수수색 등 적극적인 감찰에 나설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도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이 한 전 총리 사건 때문이냐고 질의했다. 다만 박 장관은 “임 검사가 검사로서의 양식과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며 별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한 전 총리 사건을 조사하는 주체를 두고 지난해 윤 총장과 한 감찰부장이 충돌하는 등 이 사건이 윤 총장 징계 청구에 대한 한 요인으로 작용했던 만큼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 부여는 윤 총장에 대한 견제 역시 유효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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