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칠곡=송미라 기자] 경상북도 칠곡군 북삼읍의 한 가정집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설날을 맞아 12일 아침 차례를 지낸 뒤 손자(아들)가 할아버지(아버지)에게 안전하게 영상통화로 세배 후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천지일보 칠곡=송하나 기자] 경상북도 칠곡군 북삼읍의 한 가정집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설날을 맞아 12일 아침 차례를 지낸 뒤 손자(아들)가 할아버지(아버지)에게 안전하게 영상통화로 세배 후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폰으로 “할아버지, 세뱃돈 주세요”
“훈훈한 봄기운에 나들이 나와”

“벌써 꽃 구경, 새 구경 좋아요”
“설 음식 만드는 재미 없어 명절 기분 안나”

[천지일보=송해인·김가현·이선미·최혜인·송하나 기자] 경상도 대구, 울산, 진주, 창원, 칠곡지역 등에서 설 연휴를 맞은 주민들이 모처럼 얻은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알아봤다.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낸 경북 칠곡의 한 가정에서는 영상으로 할아버지에게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달라고 조르는 손자가 있다. 대구지역에서 홀로 설을 보내는 1인 가구 독신녀 A씨는 ‘이제는 익숙해서 혼자가 더 편하다’고 한다.

창원시 여좌천 인근에는 매화꽃이 활짝 피고 주남저수지 주변에는 두루미 등 철새들 700여마리가 날아와 설 연휴에 주민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울산지역 농수산물시장에서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로 인해 사람들이 설 음식을 마련하지 않다 보니 ‘매상이 많이 줄었다’는 반응이다. 진주 자유시장 상인들은 하루빨리 코로나가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천지일보 칠곡=송미라 기자] 경상북도 칠곡군 북삼읍의 한 가정집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설날을 맞아 12일 아침 차례를 지낸 뒤 손자(아들)가 할아버지(아버지)에게 안전하게 영상통화로 세배 후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천지일보 칠곡=송하나 기자] 경상북도 칠곡군 북삼읍의 한 가정집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설날을 맞아 12일 아침 차례를 지낸 뒤 손자(아들)가 할아버지(아버지)에게 안전하게 영상통화로 세배 후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경북 칠곡 “영상통화로 세배, 새해 인사”

경상북도 칠곡군 북삼읍의 한 가정집에서는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설날을 맞아 12일 아침 차례를 지낸 뒤 손자(아들)가 할아버지(아버지)에게 안전하게 영상통화로 세배 후 새해 인사를 했다.

영상으로 세배를 받은 할아버지는 여산 송씨 정가공파 28대손으로 우암 송시열 선생의 가문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과 영상을 활용하는 비대면 시대에 잘 적응하며 가족들과 소통하고 있는 인자한 어르신이다.

“정말 언택트 시대를 실감한다”는 손녀 송미희(가명, 32, 여)씨는 “할아버지가 너무 기뻐하세요. 그러지 않아도 보고 싶었던 손자, 손녀들인데 직접 만나지 못해도 영상이라도 얼굴 보고 인사드리니 웃음을 감추지 못하신다”며 “그 모습을 뵈니 저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칠곡=송미라 기자] 경상북도 칠곡군 북삼읍의 한 가정집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설날을 맞아 12일 아침 차례를 지낸 뒤 손자(아들)가 할아버지(아버지)에게 안전하게 영상통화로 세배 후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천지일보 칠곡=송하나 기자] 경상북도 칠곡군 북삼읍의 한 가정집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설날을 맞아 12일 아침 차례를 지낸 뒤 손자(아들)가 할아버지(아버지)에게 안전하게 영상통화로 세배 후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대구 “홀로 맞는 명절, 이젠 외롭지 않아”

대구 남구 대명로에 홀로 사는 김정희(가명, 54, 여)씨는 “홀로 된지 오래되어 이젠 모든 게 적응이 됐어요. 누군가 옆에 있으면 오히려 불편하기도 하고 명절이 되어도 외롭지 않고 여러가지 취미생활과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그전처럼 여행은 못가지만 우리 강아지 순이와 함께 산책을 다녀오면 입맛이 없다가도 식사를 맛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 명절을 맞은 12일 대구 날씨는 포근한 봄 같다. 도로에는 평소보다 차가 많이 밀리지 않고 사람들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설 풍경이라고 하기엔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대구시 달서구 예술회관 앞 두류공원에도 평소와 별다를 바 없이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또 가족과 함께 나온 시민들이 두류공원 못다리 아래 시원한 물과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산책을 하기도 했다.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설 연휴 사흘째를 맞은 13일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 못 다리 위에서 시민들이 한가롭게 여가를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3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설 연휴 이틀째를 맞은 12일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 못 다리 위에서 시민들이 한가롭게 여가를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대구 서구 당산로에 산다는 이미숙(가명, 62, 여)씨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벌써 1년이 됐고 치료제도 아직 없어 가족들이 편하게 만날 수는 없지만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며 “이번 설날엔 혼자 허전한 것도 있지만 옛날 모두 만날 때를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혹시나 애들에게 코로나로 인해 피해가 될까봐 오지 말라고 했다”며 “하루 빨리 예전 생활로 돌아갔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또 박의순(가명, 68, 여, 수성구)씨는 “코로나 이전엔 멀리 있던 가족이 모두 모여 웃으면 음식도 같이하며 웃음소리가 넘쳐났었다”며 “이번 설 명절에는 아들과 손자들도 보고 싶지만 혹시 오고 가다 코로나에 감염돼 애들이 아프면 안되니까 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영하권의 추운 날씨를 보인 10일 아침 경남 진주 자유시장에서 한 상인이 낡은 숯 난로 위에 손을 쬐며 추위를 견디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영하권의 추운 날씨를 보인 10일 아침 경남 진주 자유시장에서 한 상인이 낡은 숯 난로 위에 손을 쬐며 추위를 견디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진주, 자유시장 “코로나, 빨리 없어져야”

설 명절을 앞두고 영하권의 추운 날씨를 보인 10일 아침 경남 진주 자유시장에서는 상인 이수광(가명, 67, 남)씨가 낡은 숯 난로 위에 손을 쬐며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번 설엔 손님이 많이 왔으면 좋겠지만 별 기대는 못한다”며 “하루 빨리 코로나가 없어지고 예전처럼 북적대는 시장이 되어 나도 손자들 세뱃돈 좀 넉넉히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설 연휴 첫 날인 11일 오전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에도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드문드문 주민들이 장을 보러 나오긴 했지만 설 명절이라고 보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설 연휴 첫 날인 11일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1.2.12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설 연휴 첫 날인 11일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1.2.12

◆창원 “아이들과 봄꽃 구경 나왔어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서 살고 있는 박주미(가명, 34, 여)씨는 “평소에는 직장 일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늘 안타까웠는데 설 연휴에 아이들과 바람 쐬러 나오니 참 좋다”며 “벌써 훈훈한 봄기운이 돌고 꽃이 피어서 구경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입춘이 지난 11일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인근에 매화꽃이 수줍게 피었다. 나무 한 개에 매화 꽃망울이 많이도 매달렸다. ⓒ천지일보 2021.2.12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입춘이 지난 설 연휴 첫날인 11일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인근에 매화꽃이 수줍게 피었다. 나무 한 개에 매화 꽃망울이 많이도 매달렸다. ⓒ천지일보 2021.2.12

설 연휴 첫날인 11일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인근에는 매화꽃이 수줍게 피었다. 나무 한 개에 매화 꽃망울이 많이도 매달렸다. 설날 하루 전인 창원 거리는 한산해 보였다.

마산에 있는 귀산동 앞바다에는 마스크를 쓴 연인들이 두손을 꼭 잡고 산책을 하고 있다. 날씨는 부드러운 봄바람에 귀밑머리가 약간 날릴 정도로 포근하다.

특히 인근에 있는 주남저수지에는 입춘이 지나 날씨가 풀리면서 겨울 철새들이 날아와 북상을 준비하면서 주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 주변에 다양한 겨울 철새들이 찾아와 월동하고 있어 설 연휴를 맞은 주민들에게 특별한 풍경을 선사한다.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 종합동에서 명절 제수용품을 구매하는 시민들로 활기를 띄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 종합동에서 명절 제수용품을 구매하는 시민들로 활기를 띄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대목에도 한산”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오후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 종합동에서 명절 제수용품을 구매하는 시민들로 활기를 띄고 있다.

하지만 수산물동 상인 김대광(가명, 59, 남)씨는 “대목은 대목이라 손님들은 꾸준히 있는데, 매출은 거의 절반이라 보면 된다”면서 “손님들 씀씀이도 확실히 달라졌다. 코로나 때문에 제수용품도 필요한 몇 개만 사고, 또 찾는 건 없냐고 물어도 빨리빨리 장보고 바로 가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제수용품을 고르던 한 아주머니는 “5명도 못 모이는데 음식 할 게 있겠냐”면서 “제사음식은 몇 가지만 하고 집에 있는 고기에 나물, 전 정도만 할 예정”이라고 했다. 건어물동에는 설 연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건어물동 상인들은 “대량 포장 상품보다 소포장이 주로 나가고 명절 기분은 거의 못 느낀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설 연휴 첫 날인 11일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1.2.12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설 연휴 첫 날인 11일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에서 한 주민이 장을 보고 있다. 손님이 별로 없어 한산한 편이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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