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제공: 농심)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제공: 농심)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농심을 창업한 지 56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다음 달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과 박준 부회장, 이영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신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 16일까지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이며 1932년생으로 올해 92세다. 1965년 농심을 창업해 1992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다가 농심이 그룹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현재 신동원 부회장과 박준 부회장은 각자 대표이사를 맡아 농심을 이끌고 있으며 농심 차기 회장 자리에는 신동원 부회장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말 농심의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의 42.9% 지분을 차지한 최대주주인 신 부회장은 1997년 농심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00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농심 경영을 맡아왔다.

농심에선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을 중심으로 승계 작업이 진행돼 왔다.

앞서 신 회장은 고령에도 매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본사로 출근해 경영 현안을 직접 챙겼고 세부 경영은 세 아들과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그룹의 전략 방향과 신사업 등 핵심 사안은 신 회장이 직접 이끌어왔다.

그는 자본금 500만원으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라면 뽑는 기계를 들이고 라면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초반이었던 1970년대 닭고기 육수 중심의 국내 라면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소고기 육수를 사용한 ‘소고기라면’으로 상승세를 보였고 이후 1982년 ‘너구리’와 ‘육개장 사발면’, 1983년 ‘안성탕면’, 1984년 ‘짜파게티’ 등 출시하며 시장점유율을 늘렸다.

1980년대에는 신 회장이 직접 제품 개발부터 제품명, 포장 디자인까지 한 ‘신라면’이 출시돼 3개월 만에 3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1991년부터 27년째 국내 라면시장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라면에 이어 스낵에도 도전한 신 회장은 ‘새우깡’으로 시작해 ‘양파깡’ ‘감자깡’ 등의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농심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매출은 증가한 2조 6398억원으로 전년보다 12.6%, 영업이익은 1603억원으로 103.4% 증가했다. 지난해 해외매출 1조원을 달성했으며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비중도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에서 신라면블랙이 세계 최고의 라면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로 라면·스낵 등 국내 주력 사업 선전과 해외 사업 성장에 따른 것이다.

그의 ‘뚝심경영’은 연매출 2조 6000억원의 기록을 냈고 세계5위 라면 회사를 일궈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