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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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에 또다시 ‘학폭 주의보’가 발령됐다. 잠잠했던 학교폭력이 다시 이슈가 되면서 과거 학교폭력을 가했던 연예인은 영구퇴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온라인상에서 높아지고 있다. 10~20여년 전 학창시절에 아무 생각 없이 학교폭력을 가했던 연예인이 TV나 방송에 계속 나오면서, 엄청난 상처를 지니고 삶을 살고 있는 피해자들은 그 해당 연예인의 가식적인 웃음과 행동에 다시 분노하고 있고 정신적으로 2차 가해를 당할 수 있다.

피해자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뚜렷한 징계를 받지 않고 졸업 후 멀쩡히 잘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수 진달래가 학폭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2’에서 하차했지만, 그의 과거 행동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게 된다. 과거의 잘못된 행동을 이제 와서 사과와 자숙으로 그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이전에는 Mnet 오디션 예능 ‘프로듀스 X 101’에 출연했던 윤서빈(과거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일진 논란에 휩싸이며 연예계를 떠났다. 밴드 잔나비의 멤버 유영현도 학폭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씨스타로 활동했던 인기 여가수 효린도 16년 전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폭로가 나와 활동을 멈췄다. 해당 피해자는 중학생 시절 3년간 효린으로부터 옷과 현금 등을 빼앗겼고, 폭행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전체 학생의 1.3%로 5만명에 달했다. 학교폭력 피해응답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정작 학폭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보다는 학생 교화를 우선시하는 입장을 내놨다. 교육부가 과거에 내놓은 학교폭력 가해자 처벌 기준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매년 수만명에 달하는 학폭 피해 학생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니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 속해 있는지 의문이다. 교육부가 들쭉날쭉한 처벌 수위를 통일하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교화로서만 일관한다면 수십년 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학폭은 멈출 수 없다.

일찌감치 연예계에 진출을 희망하는 중고교 학생들은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추후 학폭 가해자로 밝혀져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연예계에서 영영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과 해당 학교의 학폭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봐주기식으로 끝난다면, 단순히 온정에 이끌린다거나 가해자의 부모가 사회적 위치가 높다고 객관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피해자들은 계속 방치되고 더 큰 피해가 따라올 것이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운영하는 가해학생에 대한 조사에서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지속성, 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가해학생 및 보호자와 피해학생 및 보호자 간의 화해의 정도 등 5가지 요소에 대해 점수를 매겨 평가하는 것도 우습다. 피해 학생이 평생 지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정신적 피해와 상처, 트라우마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제 더 이상 학교폭력의 처리가 행정적인 것에만 멈춰있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일은 계속 반복돼 발생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학폭 가해자들이 중학교 입학부터 그러지 못하게 전국 교내에서 학교장의 재량으로 폭력금지 교육을 매달 정기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학폭 사후 대책 마련에 급급해하지 말고 정기적인 인성 교육과 교내에 ‘학교폭력 조사반’ 설치, 학생들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서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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