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세상] 미나리, 영화 ‘부활’ 견인차 역할 한다
[컬처세상] 미나리, 영화 ‘부활’ 견인차 역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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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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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여느 식물처럼 종자로 자손을 남기지만 줄기 마디에서도 뿌리를 내리면서 일가를 키워간다. 최근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가 주목되고 있다. 영화 ‘미나리’는 골든 글로브 및 미국배우조합상 노미네이트, 2020 워싱턴 DC 비평가협회에서 여우조연상, 아역배우상 부문을 수상하며 오스카 입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미국방송영화비평가협회(BFCA)가 선정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 작품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영화 ‘기생충’과 달리 ‘미나리’는 할리우드 영화다.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영화사가 제작했으며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윤여정·한예리·스티븐 연 등 한국배우들이 출연해 한국어로 스토리가 이어져 한국영화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정착하고 개척하는 상징적인 공간인 아칸소가 영화 속 미장센 역할을 톡톡히 한다. 빌딩이 없고 넓은 들판과 풀로 가득한 한적한 시골인 아칸소는 새 꿈을 찾아 한국을 떠난 이민자들의 초상일 수 있다.

영화 ‘미나리’는 낯설고 물선 이녁 땅에서 뿌리를 내리려는 한인 가족의 웃음과 눈물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1980년대 당시 이민자들이 겪었던 삶의 고충과 외로움, 문화적 차이, 주류문화에 속할 수 없었던 이민자들의 환경을 아름다운 아칸소의 배경을 무대로 스토리가 이어진다. 여기에는 멋진 서사나 큰 반전은 없다. 그저 희망과 좌절이 뒤섞인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잔잔한 물결과 보편적 이야기들이 내포돼 있다. 영화 속에서 외할머니(윤여정)는 부모가 일하는 동안 손주들을 돌보려 한국에서 날라왔다. 외할머니는 “미나리는 잡초처럼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이라고 말을 한다. 미나리는 곧 당시 미국 사회를 상징한다. 출신이 달라도, 고향이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피부색깔이 달라도 누구든지 마음먹고 미래를 향해 열심히 일한다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도전할 수 있다.

미나리는 해독제로 묘사되기도 한다. 우리가 먹는 많은 음식에 미나리가 쓰여진다. 미나리는 해독작용을 하며 특유의 향으로 음식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특히 디톡스 기능이 탁월해 체내 중금속을 배출하고 해독 작용이 뛰어나다. 영화 미나리는 미국 사회에서 막연한 성공주의에 대한 환상에 대해 경고한다. 음식 미나리가 다른 음식과 함께 뒤섞여 건강에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영화 미나리는 지역과 인종,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어차피 주변 문화를 뛰어넘어 다함께 어울려 살 수밖에 없는 상징물로 그려진다.

여전히 영화 미나리는 미국적이다, 한국적이다 등 논란이 많다. 중요한 건 국적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고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공감대일 것이다. 미국에서 이민자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서 다양한 진부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영화 미나리는 관객들을 일깨울 정도로 흥분시키고 이민자들이 겪었던 또 다른 서정으로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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