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나사 교사들이 27일 저녁 서울 용산구의 한 교실에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26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오거리의 허름해 보이는 건물 3층. 낡은 건물 사이로 시끌벅적 아이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오후 7시가 되니 아이들은 3칸으로 나뉜 작은 교실(19㎡·6평)로 흩어졌다.

칠판과 책상, 의자가 빼곡히 놓인 교실이 분명한데 학교도 아니고 공부방도 아니다. 학원은 더욱이 아니다. 이곳은 상근 근무자가 전혀 없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로만 구성된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 용산 교육장이다.

이곳에서는 국내외 대학생들은 소외계층 중학생들에게 공짜로 수학과 과학, 영어를 가르쳐주고 있다. 100% 자원봉사로, 그것도 무료로 교실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의구심이 든다.

해답은 봉사단체 이름에 있었다.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소외계층의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움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 중심에 대표 교사 이준석(26, 하버드대 졸업) 씨가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서울과학고 동문회 홈페이지에 저소득층 가르치는 아이들을 가르치자는 제안을 했고 이와 뜻을 같이하는 졸업생 10여 명이 모여 배나사를 만들었다.

비영리 교육 봉사단체로서 성공한 사례로 꼽히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과정도 거쳤다. 처음 서울 보광동 오산중학교 교실 2개를 빌려 첫 수업을 시작한 이후로 제법 규모도 커졌다.

현재 서울 용산과 금천, 마포, 구로, 경기 고양과 의왕, 대전 유성 7곳의 교육장에서 300여 명의 대학생 교사들이 170여 명의 아이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나눠주고 있다.

수업도 배나사만의 특징이 여실이 나타난다. 정교사 1명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고 한 반에 4~5명의 부교사가 학생들을 꼼꼼히 맡아 지도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교재까지 자체 제작했다.

이날 배나사 영어수업을 들은 김예슬(15, 가명) 양은 “배우는 과목마다 문제나 지문에 우리가 좋아하는 동방신기와 같은 연예인들이 나온다”며 “수업만 하면 딱딱한데 재밌는 문제가 많아 포기는 안 한다. 11시까지 푼 적도 했다”고 말했다. 정규 수업시간이 3시간이지만 학생들은 그날 주어진 문제를 모두 풀어야 교실을 떠날 수 있다.

특히 상근자가 따로 없다보니 배내사는 모든 과정이 철저히 전산화 돼 있다. 학생 출결사항이나 학생들이 잘 틀리는 문제유형, 교재 데이터 등의 기록은 차곡차곡 축적돼 자료로 남겨진다. 이 같은 체계적인 ‘시스템’은 배내사가 계속 발전하는 데 큰 발판이 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이준석 씨는 “지방에서 배내사의 도움을 더 필요로 해서 현재 준비 중에 있다. 지방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당면과제”라며 “우선 올 7월에는 전국의 아동·사회복지시설 등지로 교재를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또 “선생님들이 더 많아질수록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많이 제공될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교재 제공을 받고 싶거나 교사 모집에 관심이 있다면 배나사(http://www.edushare.kr)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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