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정의당) ⓒ천지일보 2021.1.2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정의당) ⓒ천지일보 2021.1.20

진보 정치 최대 위기 찾아온 상황

야권 서울시장 후보 비판 이어져

정의당 발전적 해체 주장도 나와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 진영에서 성 비위 사건이 연이어 나오며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이들은 인권과 양성평등을 강조해온 민주화 세력이라는 점에서 각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같은 당 소속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대표직을 사퇴하고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정의당은 그동안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의 성 비위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비판의 동력과 명분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경우에도 지자체장들의 연이은 성 비위 사건으로 인해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비서의 미투 폭로로 도지사직을 사퇴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이 일로 안 전 지사는 ‘권력형 성범죄자’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특히 박 전 시장의 사건을 둘러싸고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진행된 장례 형태와 조문 여부, 여권에서 고소인에 대해 사용한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 등을 둘러싸고 2차 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주행 의혹 사건을 소환하며 이번 보궐선거의 의미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전임 서울시장 성추행에 이어 이번에는 정의당 대표라니”라며 “다시 한 번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과 함의를 생각하게 된다. 인권과 진보를 외쳐온 이들의 이중성과 민낯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1.2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1.20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박원순-오거돈-안희정-김종철-녹색당 사례 등으로부터 이어진, 좌파 지자체, 정당 등 정치권 내 위계질서에 의한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근절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신환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 유사한 사건들이 되풀이되는 것은 국민 앞에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스럽다”며 “이 시점에 남 탓해봐야 누워서 침 뱉기다. 자기 자신에게 보다 더 엄격해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관되고 엄중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인권과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 왔던 정의당이기에 김 대표의 사퇴는 충격적”이라면서 “성 관련 비위로 인해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시점에서, 가해자가 한 공당의 대표, 피해자가 소속 국회의원이라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번 사건으로 창당 9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 정치 세력의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심상정·노회찬을 잇는 진보 2세대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 주목받은 김 대표의 비위로 공황 상태 또한 길어질 전망이다. 또한 당원들의 탈당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오는 4월 재보궐선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서는 지도부 총사퇴는 물론 당의 발전적 해체 주장까지 나오는 등 존폐까지 고민해야 하는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김 대표의 형사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난 2013년 개정된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피해자인 장 의원이 김 대표의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하거나 제3자 고발이 접수될 경우 경찰 또는 검찰의 수사가 개시될 수 있다.

정의당과 피해자 장 의원, 가해자 김 대표는 성추행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있고, 이를 국민에게 공개한 만큼 김 대표의 형사 입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실제 조사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제공: 정의당) ⓒ천지일보 2020.9.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제공: 정의당) ⓒ천지일보 20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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