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게시판에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공무원 품위 손상으로 부당하게 징계받은 선생님을 사면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있다. (출처: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천지일보 2021.1.12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공무원 품위 손상으로 부당하게 징계받은 선생님을 사면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있다. (출처: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천지일보 2021.1.12

맞고소한 의사 극단 선택

교사 “재판 결과 전 징계”

교육청 “통보 따라 진행해”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성폭력 피해 내용을 언론 등에 알렸다가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받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교사를 사면(복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공무원 품위 손상으로 부당하게 징계받은 선생님을 사면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성폭력 가해자와 싸우다가 교육청의 부당한 징계로 고통받고 있는 한 교사의 사면을 고려해달라”며 “경북교육청은 규정상 징계를 철회할 수 없다고 하니 대통령이 특별 복권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청원게시판에서 교사 A씨 측은 “의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다가 의사로부터 성적 착취를 당한 뒤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알렸는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돼 경북교육청에서 징계(견책)를 받았고, 이후 고소가 취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익 목적의 내부고발로 보호받아야 할 성폭력 피해 교사가 징계처분과 함께 강제전보 조치를 당했고, 경북교육청은 규정상 징계를 철회할 수 없다고 하니 대통령이 특별복권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2017년 대구의 한 의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 B씨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력을 당했다며 2018년 고소했다. 이를 언론과 SNS를 통해 알렸는데 B씨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 당했다.

검찰은 교사 A씨가 고소한 피감독자간음 혐의에 대해 2018년 11월 불기소 처분했고, 2019년 2월 의사 B씨가 고소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벌금 100만원으로 A씨를 약식기소했다.

경북교육청은 검찰로부터 벌금형 약식기소를 통보받고 A씨에게 견책의 징계를 내렸다.

이후 A씨는 벌금형에 반발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첫 재판에서 B씨는 고소를 취하해 공소기각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징계는 철회되지 않았다.

A씨는 피감독자간음 혐의를 무혐의 처리한 데 반발해 2019년 6월 대구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가 기각되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그러나 B씨는 대법원의 재정신청 재항고 사건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폭력 혐의 부분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돼 A씨 입장에서는 성폭력 피해는 묻히고 명예훼손에 따른 징계만 받는 결과가 나왔다.

청원인은 “교육청은 공소 기각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번 내려진 징계는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 만을 반복할 뿐 A씨의 명예 회복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검찰의 벌금형 통보에 따라 징계절차를 밟았다”며 “징계 통보 때 (A씨가) 기한 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냈다가 각하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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