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정 양의 그림이 놓여 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출처:뉴시스)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정 양의 그림이 놓여 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출처:뉴시스)

양부, CBS방송국에서 근무

양모 크리스천 통역사 활동

양부모와 부모 모두 개신교인

개신교계 충격 “참담한 심정”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하고 방임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있는 양부모가 독실한 개신교 집안 출신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생후 16개월만에 사망한 입양아 정인양 학대 사건이 재조명됐다. 방송에서는 지난해 10월 13일 세 번의 심정지 끝에 병원 응급실에서 세상을 떠난 정인양의 사연과 함께 죽음의 원인이 양부모의 학대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공개됐다.

정인양이 입양된 가정은 독실한 개신교 가정으로 양모는 통역사, 양부는 기독교방송 CBS 방송국 본사에서 근무 중이었다. 양부의 아버지는 경북 안동의 한 침례교 교회에서 목회를, 양모의 아버지는 경북 포항 장로교 교회에서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외조부의 경우 국내 최대 개신교단으로 꼽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 소속 목회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인양의 양부모는 평소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활동하며 해외 입양을 돕거나 봉사활동을 하며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거짓된 행동에 불과했다. 당시 정인양을 돌봤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정인양이 응급실에 실려왔을 당시 온몸이 골절됐고, 멍투성이 였으며 복부 전체가 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정인양의 양부모는 단순사고사라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의는 명백한 아동학대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인양은 장간막 파열로 세상을 떠났다. 현재 정인양의 양부모는 신체적 학대와 방임 및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의견 송치된 상태다.

정인이의 양부모가 개신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성직자로서 도덕 윤리적으로 일반인보다 더 나아야 함에도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한 분노다.

네티즌들은 ‘정인이 양부모가 개신교인들의 평균 모습인 것이냐’ ‘정인이 양부모가 모두 개신교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다’ ‘목회자 자녀? 교회에 대한 기대를 아직도 하고 있나’ ‘목회자가 모두 선하다는 건 엄청난 자만, 목회자라도 악하고 추잡한 인간들 많다’ ‘목회자가 아니라 악마’ 등 반응을 보이며 분노하고 있다.

아동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담당 경찰관 파면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아동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담당 경찰관 파면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특히 한 네티즌은 “삶과 유리된 신앙이 많은 개신교인의 현재 모습”이라며 “말씀이 춤추고 있지만 능력이 없는 교회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고 있다. ‘하나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온전한 믿음은 없다. 더이상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개신교계도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기공협)는 4일 성명서를 내고 “정인양의 양부모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대신 깊은 사죄를 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처벌법 규정 강화 ▲여성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입양 부모 소양교육 강화 및 일정 기간 자녀양육상담 실시 ▲양부모 지원 정책 마련·실시 등을 촉구했다.

기공협은 “아동학대처벌법 제2장 제4조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과 제5조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거나 불구 또는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아동에게 고소할 법정대리인이나 친족이 없는 경우에 이해관계인이 신청하면 검사는 10일 이내에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해야 한다’는 부분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보탰다.

이들은 “여가부와 지자체는 입양 관련 양부모에 대한 소양 교육을 강화하고 입양 후에도 자녀양육상담을 일정기간 동안 실시해 입양아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아이를 입양해 친부모 이상으로 사랑을 쏟으면서 양육하는 양부모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 실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예장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도 추모에 동참했다. 소 목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너의 눈물이 꽃이 되고 별이 되게 하리’라 적은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과 함께 “정인아 미안하다. 무슨 말을 더할 수 있겠니”라고 전했다.

이어 “나도 너 같은 손주를 두었는데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미어지는구나”라며 “이 세상에는 왜 아직도 이처럼 어린 생명들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참혹한 폭력으로 희생당하는 일들이 이어질까”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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