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길 준비가 돼 있고, 사실 이겼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외신, 트럼프 영향력 지속 전망

트럼프, 2016년보다 500만표↑

공화당 = 트럼프 인식 굳어져

2024년 대선 재출마 전망도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대선의 개표 작업이 길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피즘(Trumpism;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행태, 트럼프주의)의 운명은 분명하다.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기든 지든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조용히 백악관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실제 지더라도 그는 자신을 비추는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미국 대선 이틀째 당선자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통신,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트럼피즘’의 영향력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제히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75일이 남았는데, 그의 재선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 기간 동안 그가 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권력을 사용하고 적들에 대해 복수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비롯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해고할 수 있는 유력 대상이다.

그리고 그가 만약 1월 20일 백악관을 떠나도록 강요받는다면, 자신이 예상보다 더 회복력이 있음을 증명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이에 그는 미국 사회에 있어 강력하고 파괴적인 세력으로 남을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기면 트럼피즘이 승리하고, 트럼프가 진다해도 트럼피즘이 득세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이미 6800만표 즉 2016년에 비해 최소 500만표가 많은 국민 48%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출구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유권자의 93%를 득표하며 자신의 당내에서 강한 지지를 받았다. 그는 또한 종종 인종차별적인 언사에도 4년 전보다 흑인 유권자(12%)와 히스패닉 유권자(32%)에게도 다소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는 4년간 수많은 스캔들과 탄핵 위기, 23만 3천명 이상의 미국인을 죽인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국민의 지지를 유지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런 강력한 지지는 지미 카터나 조지 부시와 같은 다른 단임 대통령들이 하지 못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권력 기반을 제공한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하원에서도 이전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총무와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함께 강행한 데 대해 처벌이 아닌 재당선이라는 보상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 다른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공화당이 이전에 어떤 기치를 내걸고 지지를 얻었든 간에 지금은 결국 ‘트럼프’의 당이라는 것이다.

[셸비타운십=AP/뉴시스]3일(현지시간) 미 미시간주 셸비 타운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개표 현황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셸비타운십=AP/뉴시스]3일(현지시간) 미 미시간주 셸비 타운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개표 현황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민주주의 인 블랙’의 저자인 에디 글라우드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도덕적 분노는 공화당 지지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저변을 넓혔다. 탐욕과 이기심, 인종차별의 교차점에서 트럼프는 계속 번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캠프의 첫 관리를 맡았던 브래드 파스케일도 “트위터 계정이나 뉴스 주기를 통제하는 그의 능력이 멈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석에서 2024년에 다시 출마할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비록 후보로서의 자신의 시대는 끝났다고 해도 그의 8800만명의 트위터 팔로워들은 그에게 우파의 영향력 있는 목소리가 되기를 바랄 수 있다.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과 선을 그은 몇 안되는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인 제프 플레이크 전 상원의원(애리조나)은 “선거 결과에서 분명한 것이 있다면 대통령은 엄청난 추종자를 갖고 있고 조만간 무대를 떠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역시 트럼프 대통령처럼 관심을 갈망하는 사람이 패배한다면 고통이 클 것이라며 2024년에 대선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7년 대통령 취임 첫 날 재선 출마를 신청했던 것과 같이 말이다. 또한 그가 공화당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대중들에게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아예 불가능하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그가 일반인이 됐을 때의 후폭풍 또한 다음 대선 출마 의지를 북돋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의 검사들로부터 받고 있는 세금 조사와 퇴임 후 발생할 수 있는 자신의 사업과 관련한 연방 조사에 대해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유세 전략가였던 샘 넌버그는 “그가 만약 패배한다면 대통령은 당 유권자들의 영원한 충성심과 그가 당에 끌어들인 새로운 유권자들의 충성심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샘은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유권자들 내에서 영웅으로 남을 것이다. 2024년 공화당 대선 예비경선의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와 가장 닮은 후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디언 역시 2024년의 대통령 후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배제하지 말라.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모든 공화당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출마를 바라지는 않는다. 카를로스 커벨로(공화·플로리다) 전 하원의원은 “트럼프는 또 없을 것”이라며 “카피캣은 실패할 것이다. 그는 점차 희미해지겠지만 미국 역사에서 이 떠들썩한 시기에 생긴 상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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