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문 대통령을 기다리며 앉아 있다. 왼쪽은 남편 이일병 교수. (출처: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남편인 이일병 교수. (출처: 연합뉴스)

김태년 “부적절한 행위라 생각”

김은혜 “그들만의 천국 만들어”

강 장관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다”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고가의 요트를 구입하기 위해 미국 여행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이는 가운데 여야 모두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지난 3일 이 명예교수는 여행 목적에 대해 “자유여행”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엔 “걱정된다. 그래서 마스크 많이 갖고 간다”고 답했다.

이 명예교수는 외교부의 특별여행주의보 발령과 관련해 “하루 이틀 내로 코로나19가 없어질 게 아니다”라며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지난 6월에도 요트 구입 목적으로 그리스로 출국하려고 했다가 취소했고 지난 2월달 ‘베트남 여행 최소화 권고’가 내려진 상황에서 베트남 호찌민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0.9.2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0.9.25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묻는 질문에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 그것도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 말했다.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처사임이 분명하다“면서 “코로나19로 명절 귀성길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국민께 국무위원의 배우자로 인해 실망을 안겨 드린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관련 논란에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죽어 나가는데 고관대작 가족은 여행에 요트까지 챙기며 ‘욜로’(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를 즐긴다”며 “그들만의 추석, 그들만의 천국”이라고 비꼬았다.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은 긴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추석 성묘조차 못 갔는데 정작 외교부 장관 남편은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떠나다니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규환 부대변인은 “국민에게 왜 아직 가재, 붕어, 개구리처럼 사느냐고 꾸짖는 듯하다”며 “국민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자신들은 이율배반적인 내로남불을 일삼는 문재인 정권의 민낯”이라고 꼬집었다.

윤희숙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 강 장관 남편의 언론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굳이 엄격히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있다면 힘 있는 분들의 이탈만 용인할 것이 아니라 수칙을 수정해 국민 전체에게도 알려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외교부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며 “김의겸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아내 탓, 조국의 사모펀드 아내 탓, 김조원 수석의 강남 아파트 아내 탓에 이어 외교부 장관의 남편 대응 매뉴얼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배우자가 해외여행에 나선 것에 대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장관은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러한 일이 있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배우자에 대해 귀국을 요청할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0.9.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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