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증경총회장 이승희 목사가 28일 화상회의로 진행된 제52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한민국을 치료하라’는 제목으로 역대하7:13~14절을 본문삼아 설교를 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미션라이프 캡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증경총회장 이승희 목사가 28일 화상회의로 진행된 제52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한민국을 치료하라’는 제목으로 역대하7:13~14절을 본문삼아 설교를 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미션라이프 캡처)

코로나 속 52년만에 처음 온라인 개최

문재인 대통령 영상으로 격려사 전해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국가조찬기도회의 모습도 바꿔버렸다.

제52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는 28일 오전 사상 첫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와 ‘대한민국 국회조찬기도회’가 주최한 이번 기도회는 ‘회개와 일치 그리고 회복(역대하7:14)’이란 주제로 진행됐다. 기존 같으면 목회자와 신도들로 북적였을 기도회 현장이지만 코로나19로 인원을 제한하면서 기도회장엔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가조찬기도회에 불참했다. 다만 영상메시지로 격려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기도하는 기쁨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지만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덕분에 세계 여러 나라의 해외 지회와 전 세계 디아스포라가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다”는 말을 건넨 뒤 코로나 속에서 교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신앙인의 자부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이 땅의 신앙인들은 복음이 자리 잡기 전부터 기꺼이 민족의 운명을 책임지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1 독립선언의 민족 대표 33명중 기독교인이 16명에 이를 정도였고, 근대 교육과 의료를 도입했고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며 국민을 섬겼다. 오늘날의 노력에 이르기까지 기독교는 우리나라의 개화와 독립과 발전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해왔듯이 기독교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신다면 코로나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류할 수밖에 없는 정부가 참으로 송구스럽고 안타깝다.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따뜻한 기도를 나눠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국가조찬기도회 두상달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도회는 국회조찬기도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증경총회장 이승희 목사의 설교로 이어졌다.

‘대한민국을 치료하라’는 제목으로 역대하7:13~14절을 본문삼아 설교에 나선 이승희 목사는 대한민국을 살리는 답은 하나님, 교회, 기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대한민국이 사는 길은 치료자 되신 하나님을 찾는 길”이라며 “하나님을 붙잡고 매달리면 하나님이 우릴 낫게 하시고 우릴 싸매고 치료해주실 줄 믿는다”고 말했다.

제52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8일 사상 첫 화상회의로 진행된 가운데 목회자들이 묵도를 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미션라이프 캡처)
제52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8일 사상 첫 화상회의로 진행된 가운데 목회자들이 묵도를 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미션라이프 캡처)

그러면서 “교회가 희망”이라며 “본문을 보면 하나님의 이름으로 부름을 받은 사람을 사용하신다고 돼 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부름을 받은 사람들이 교회”라고 했다.

이승희 목사는 “교회는 허물어진 이 나라의 마지막 그루터기”라며 “그러나 조건이 있다. 교회가 거룩과 겸손을 되찾아야 한다. 성경적 가치관으로 교회가 세속적 가치관에서 떠나야 한다. 오만과 방종을 회개해야, 성도들이 거짓과 위선의 옷을 벗어던질 때 하나님께서 (교회를) 이 땅을 고치는 도구로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승희 목사는 “세상이 교회를 함부로 간섭하거나 신앙을 통제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성경의 진리를 훼손하는 양성 붕괴의 법제화 시도는 멈춰야 한다”며 “이런 시도는 교회의 역린을 건드리고 하나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했다. 이는 최근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겨냥한 말로 보인다.

이후 ▲한국교회 책임과 시대적 소명 ▲국가의 안정과 국민 화합 ▲국가의 번영과 국가 지도자들 치유와 회복 ▲민족복음화 등 제목을 놓고 특별기도 시간이 이어졌다. 또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등 유명 대형교회 목사들의 중보 기도가 진행됐다.

한편 국가조찬기도회는 1966년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국가조찬기도회(National Prayer Breakfast)를 본 따 왔으며 초창기에는 기독교와 가톨릭교회가 함께 참여하는 범기독교 행사였다.

그러나 1968년부터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사실상 대통령을 중심으로 기도회가 진행됐고 결국엔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대통령을 위한 기도회’ ‘권력과 야합했다’ 등 지적이 쏟아졌다.

대통령이 중심된 국가조찬기도회의 전통은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져왔다. 특히 지난 2011년엔 이명박 전 대통령(당시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불참했고, 2017년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하면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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