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천지일보 2020.9.2
(제공: 엄경영 소장). ⓒ천지일보 2020.9.2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민주주의의 미성숙성이 갈등 원인”

“친일 등 과거 아젠다, 국익 해칠 수 있어”

“타협 없는 갈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

“해결책?… 탈이념·탈진영 세대 전면에 등장해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진보 대 보수 갈등이 정치권을 넘어 집단별, 계층별, 세대별 등으로 우리 사회의 곳곳에 침습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양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조사·발표한 한국인의 의식과 가치관에 따르면 특히 진보·보수 간 갈등에 국민 92%가 우려의 뜻을 표했다.

이뿐 아니라 갈등 심화가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민간경제연구소 등의 추산에 따르면 한국은 해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9~27%를 갈등관리비용으로 치르고,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이 OECD 평균으로 개선된다면 실질GDP 성장률은 약 0.2%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다.

점점 더 깊어져가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풀 해법은 과연 없는 걸까. 본지는 지난 1일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관련 문제를 짚어봤다.

-정치권의 진영 갈등 양상과 원인은.

한마디로 제로섬 게임 형태를 띠고 있다. 전부 아니면 전무인 제로섬 게임 말이다. 현재 정치권은 집권을 위해서라면 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키는 등 거기에 매몰돼 있는 것 같다. 그 원인을 짚어보자면 성숙되지 못한 낮은 단계의 민주주의, 즉 후진적인 정치 문화와 승자 독식의 양당제가 어우러져 최악의 갈등을 만들어내고 민주주의 요체인 대화와 토론 등을 수장시켜버리는 것 같다.

-특히 진보 정부가 집권할 때 갈등이 더욱 격화하는 모습인데.

진보 정권의 조급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최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그간에는 진보 쪽에서 집권하기 어려운 정치 지형이었다. 그래서인지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 집권 기간 내에 성과를 내겠다고 하는 그런 집착들이 강했고 그것이 또한 갈등의 요소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초반 상당한 기대를 안고 출범했는데, 접근방식이 틀렸던 것 같다. 구시대의 마지막 정권, 다시 말하자면 구시대의 관행들을 정리하는 그런 식의 국정 과제를 설정하고 만들어 나갔다면 성공적인 정부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새 시대의 첫정권이 되고자 하는 과욕을 부렸다. 아직 임기는 남았지만 어쨌든 촛불이 준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볼 수 있고 결국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

-최근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청산’ 발언 논란에 대한 입장은.

친일 청산 문제는 최장집 교수가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청산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친일 내지는 반일이 섞여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과거는 반성하되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이어야 한다. 친일 청산 등 과거 아젠다에 발목이 잡히면 한일관계는 물론이고 핵심적인 국익을 해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전 정부와 같이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질 것 같은데, ‘일본 때리기’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유혹에 사로잡힐 수 있는 것이다. 피해야 할 중요한 숙제라고 본다.

-진영 간 갈등으로 우리 사회가 치러야하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갈등이라는 것이 순기능도 많은데, 우리나라에선 대체로 역기능이 커 보인다. 정치권의 경우 사안마다 맞물려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현재 우리 사회 내 이념 갈등이 최고조로 증폭돼 있는 것 같다. 타협이 안 되는 갈등은 정치·경제·사회 기타 민주주의 발전에 발목을 잡고 더디게 하는 등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보수·진보 갈등, 해법을 제시한다면.

여권의 핵심 세력은 586이다. 구시대 진보이자, 보수적 진보의 형태를 띤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통합당의 주류는 산업화 세대이자 보수의 원류로 60대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 보수라기보다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구시대의 세력이다. 이들 두 세력이 첨예하게 맞부딪히고 있는 시기인 것 같다. 이들의 갈등은 절충점을 찾기도 어려워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 우려스럽다.

일단은 시간만이 해결책인 듯하다. 즉 탈이념·탈진영 성향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는 세대(10대·20대·30대)가 우리 사회의 전면에 서는 시기가 돼야 이념 갈등이 약화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정의당 내 논란이 이념(심상정 의원 등)과 탈이념(유호정·장혜영 의원 등)이 맞붙었던 것이 단적인 사례인 것 같다. 이 같은 탈이념 세대가 전면에 등장했을 때 현재의 진영 갈등은 약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제도적으로 보완한다거나나 당내 민주화 등도 일정정도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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