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갈등을 종식하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여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진영 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8.15 국민대회'와 지난 2019년 11월 9일 열린 검찰 개혁 촛불 집회.
진영 갈등을 종식하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여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진영 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8.15 국민대회'와 지난 2019년 11월 9일 열린 검찰 개혁 촛불 집회.

“진영갈등, 이분법적 논리에 기인”

“친박과 친문 사이 패권주의 심화”

“대결의 정치에서 타협의 정치로”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그간 조국·윤미향·박원순 사태로 촉발된 극단적인 진영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4.15총선을 거쳐 176석의 거여(巨與) 정당이 탄생하면서 진영갈등은 판을 치는 형국이다.

정치권은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채, 진영논리만 앞세우며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데 바쁘기만 하다. 극단의 진영논리로 갈등을 반복하는 건 국력을 낭비하는 일이고, 성숙한 사회로 가는 걸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진영갈등을 두고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이분법적 논리에 기인한다고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진보는 자신들이 선하다는 이분법적 논리가 강하다”면서 “우리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분법적 사고에선 진보와 보수가 공생(共生)하는 길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영논리가 점철되면서 극한 대립과 갈등으로 심각한 사회 분열을 초래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정부 말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 간 패권주의로 인해 진영갈등이 어이진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권 이후 몰락한 친박그룹이 친문그룹을 공격하기 때문에 진영싸움이 격화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론도 대두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사를 통해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진심으로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1호로 ‘적폐청산’을 앞세웠다. 이에 대해 상대를 보복의 대상으로 보면서 진영갈등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문 대통령이 표면적으로 대통합과 협치를 얘기했으나, 과연 그럴 의사가 있었는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이 평론가는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 입장에선 통합당 쪽이 우리와 협치할 생각이 없다고 얘기하고 싶겠으나, 1차적인 책임은 집권세력에게 있다”면서 “저쪽이 친일 후예, 독재 후예라고 몰아세우고 싶은 욕구를 떨쳐내야 한다. 대통합을 하려면 용서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 역시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내세운 게 문제라며 “(상대를) 청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먼저 용서하고 화해해야 하며, 대결의 정치에서 타협의 정치로 가야 한다”며 “다수결 민주주의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수결 민주주의는 51% 승리한 쪽에서 독점하는 것이고, 합의제 민주주의는 (지지를) 얻은 만큼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강 교수는 덧붙였다.

이런 측면에서 박 평론가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평론가는 “다당체제를 구축할 때 진영싸움이 해소되면서 제정당이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고 정당 경쟁을 본격화할 수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평론가는 “정치적 세몰이를 하려다보니 과도하게 부추긴다. 실제로 국민 이념 지형도 그러한가? 중도도 꽤 있다”며 “그런데 그런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수 있는 정당 기반이 붕괴됐다. 합리적인 진보, 합리적인 중도를 아우르는 정치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역시 진영논리에 갇히지 말고, 맹목적인 지지를 벗어나 본질을 파악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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