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트럼프 “승인 막는 숨은 권력집단 있다” 전날까지 음모론 

공화당 전대 D-1 발표… “치료제 개발 재선 가능성 높여”

“혈장치료 효과있지만 승인 시기 일러”…전문가들도 회의론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긴급사용승인(EUA)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예정보다 일찍 승인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FDA는 이미 7만명 이상의 코로나19 환자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서 회복된 사람들의 혈장을 이용해 치료를 받았으며, 혈장 치료를 받은 2만명의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이것이 안전한 접근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CNN방송,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중국 바이러스와의 전투 가운데 오늘 수많은 생명을 구할 역사적인 발표를 하게 돼 기쁘다”며 혈장 치료 EUA 소식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음모론과 불만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FDA를 비롯한 일부 보건 당국자들이 혈장 치료 긴급승인을 미루고 있다며 이를 ‘정치적 이유’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백신과 치료제를 시험하기 위한 지원자들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FDA 스티븐 국장의 트윗을 태그하면서 “숨은 권력집단(deep state), 아니 FDA의 누구든 간에 제약회사들이 백신과 치료법을 시험하기 위해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분명히 그들은 그 대답을 11월 3일(대선) 이후로 미루기를 바라고 있다. 속도에 집중하고,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음모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TF) 내부를 알고 있는 한 소식통은 FDA가 추가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고 CNN에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일 미국 국립보건원(NIH) 관계자들의 건의로 코로나19 혈장 치료제에 대한 FDA의 긴급사용승인이 보류됐다고 보도했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 원장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및 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 클리포드 레인 NIAID 임상 국장 등 고위 보건당국자들이 혈장치료의 효능을 증명하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보류시켰다는 것이다.

스콧 코틀립 전 FDA 국장도 이날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FDA가) 공중보건과 환자에 대한 진정한 사명감 외 어떤 정치적 고려나 다른 것에 기초해 천천히 걷거나 가속화할 것이라는 생각은 단호히 거부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음모론에 반박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하루 전 이 같은 소식을 발표하는 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동력을 의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올리려 하고 있으며,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한 치료제나 백신의 진전은 그의 재선 가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FDA 긴급사용승인은 FDA의 전체 승인과 동일한 수준의 자료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공중보건 비상 시 치료의 수요와 사용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휴스턴 메소디스트 병원의 병리학 및 유전체 의학 박사인 제임스 머서는 긴급승인을 받으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혈장을 주는 과정이 간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완치자 혈장. (출처: 뉴시스)
코로나19 완치자 혈장. (출처: 뉴시스)

이에 코로나19 완치자들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는 분명히 유망하지만, 아직 임상시험 등 거쳐야 할 과정과 데이터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FDA 수석 과학자 데니스 힌튼도 혈장 치료가 “코로나19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간주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향후 몇 개월 다른 분석과 진행 중인 임상 실험의 데이터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회의 벤 코브 공보국장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미국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앞서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앞세우고 있다”며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브는 “이 과정은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고 치료제가 질병보다 더 나쁘지 않음을 확실히 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나는 이 행동(EUA)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그 시기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법을 개방할 수 있는 긴급승인은 이 치료제가 효과적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임상시험에 돌입하는 것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회복기 혈장은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사람들의 혈액에서 채취한다. 이 치료가 효과가 있더라도 혈액과 마찬가지로 혈장은 제한적으로 공급된다는 문제가 있다. 우드콕 박사는 “유행성 전염병이 사라지면서 기증자를 모집하는 데 제한이 있다”며 “혈장 투여를 위해서는 혈액형 일치가 필요한데 여러 가지 상황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AP통신은 “코로나19로부터 회복돼 항체가 풍부한 완치자들에게 채취한 혈장은 이 질병과 투병하는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자료는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 언제 투여해야 하는지, 얼마큼의 복용량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백악관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 19 백신의 긴급승인을 10월 내 하도록 검토하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대한 입장 요구를 거부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정부와 백신 EUA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전날 NYT도 미 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들이 미국 내 3단계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 빠르면 9월 말쯤 코로나19 백신을 긴급승인할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