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운전면허 취득절차 간소화 정책 반대 집회에서 항의의 의미로 모형 자동차를 부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 전국운전전문학원연합회)
운전면허 취득 간소화 시민단체들 강력 반대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안전 운전교육이 미흡한 상태에서 면허증을 딴 후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집니까?”
“자동차가 편리하기도 하지만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데….”
“엊그제 태백서 10대 청소년이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왜 발생했겠어요?”

운전면허 취득 절차 간소화 정책이 빠르면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자동차면허시험에서 기능시험을 폐지하고 전문학원에서 받는 의무 운전 교육시간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찬성하는 측은 운전면허 취득까지 비용과 시간이 절감돼 편의성이 증대되고 주행 위주의 현실적인 평가 기준이 도입된다는 데 긍정적이다. 하지만 교통 사망 사고가 잦은 우리나라에서 운전면허를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통사고를 부추기며, 우리나라 도로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는 반대 입장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일반 시민 과반수 이상이 운전면허 취득절차 간소화 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갤럽이 일반시민 1008명을 대상으로 이번 개정안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3.6%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들 중 74.2%는 미숙한 운전자가 양성될 것이라는 사고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경력 12년 차인 함정민(39, 인천 부평구) 씨는 “면허 딸 때는 솔직히 절차가 복잡해 간소화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막상 운전을 해보니까 우리나라 도로는 유럽이나 미국과 같이 도로가 넓고 주차시설이 확보되기 어렵다”며 “안전운전이 강화되는 것이 맞다”고 개정안의 시행 속도를 늦추기를 바랐다.

이숙희(27, 대전) 씨는 “면허시험이 간소화 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고비용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안전교육 없이 면허증을 딴다면 교통사고율은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가 입법예고한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방안’에는 운전면허 기능시험에서 S자와 T자와 같은 코스시험을 없애는 대신 차량기기 기본 조작 능력과 안전띠 착용, 교차로 신호 준수, 차로 준수 등 준법운전능력이 있는지만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바뀐 내용이 포함됐다.

또 운전전문학원에서 기능시험 전에 받는 의무교육시간을 25시간 이상에서 8시간 이상으로 대폭 줄여 9일이 소요되는 기능교육을 2일 만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반학원 교육장 면적요건도 6600㎡에서 350㎡로 축소됐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 안주석 운전면허정책연구소장은 “엉성한 시험으로 면허증을 발급하면 미숙한 운전자를 양산해 내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제도를 빨리 시행하는 것보다 의견을 수렴한 뒤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도 늦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안 소장은 특히 “이틀 만에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고 알리는 정부의 홍보방법에도 문제가 있다”며 “초보자 운전 연습과 안전교육은 강화하는 한편 벌점이나 처벌 기준 등의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번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교통사고유가족돕기사업회,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운전전문학원연합회는 성명서를 경찰청장과 법제처장에게 전달하고 개정안 폐지활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또 이들은 개정안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개정안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행 운전면허 취득절차는 적성검사와 교통안전교육, 학과시험, 기능교육, 기능시험, 도로주행연습, 도로주행시험 등 7단계를 거쳐야 해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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