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4.19민주묘지의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제51주년 4.19혁명기념일 ‘자유‧민주‧정의’의 정신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김충만 수습기자] 최근 중동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바람을 보고 있노라면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바로 51년 전 이 땅에 불었던 민주화 바람인 ‘4.19혁명’이다.

1960년 당시 자유당은 대통령에 이승만, 부통령에 이기붕을 당선시키기 위해 부정선거에 열을 올렸다. 야당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조병옥이 선거운동 도중 갑자기 사망하여 이승만은 단독후보가 되었으나,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인 장면은 건재하였고 자유당은 부통령에 이기붕을 당선시키기 위해 온갖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것이 3.15 부정선거다.

▲ 국립4.19민주묘지 기념탑. ⓒ천지일보(뉴스천지)
2월 28일 대구에서 시작된 시위는 3월 15일 마산에서 3.15 부정선거에 대한 규탄 시위로 이어졌다. 이후 4월 11일, 마산시위 때 행방불명되었던 마산상고 학생 김주열의 시체가 바다에서 떠올랐다. 그의 왼쪽 눈에는 최루탄이 박혀 있었고, 언론은 그의 사진을 실어 전국에 이를 알렸다.

당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어 부정선거 시정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결국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게 되면서 이 땅의 국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화 승리를 이끌게 된다.

당시 일본의 안보투쟁에도 영향을 끼치는 등 세계가 주목했던 4.19혁명은 중동의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부는 지금에도 우리 마음에 살아 기억되고 있다.

지난 15일 (사)4월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가 공동주최한 ‘4.19 정신과 한국정치선진화에 대한 학술회의’에서는 근현대정치사를 돌이켜 보며 4.19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축사를 통해 “오늘 학술회의를 통해 4.19 정신에 대해 되돌아보고 민주주의 제도를 재조명해 개선할 것이 있으면 국회에 건의해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2011년에 되돌아보는 4.19와 한국 민주주의의 주요과제’를 발표한 이정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51년 전 싸늘하게 죽어간 이들에 대한, 그들이 지니고 있었던 민주주의의 열망에 대한 기억이 점차 흐릿해져 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면서 “하지만 4.19혁명의 정신은 지금도 민주와 평화 그리고 자유를 향하는 인류의 보편적 희망과 함께하고 있다”며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번지고 있는 민주화 운동이 이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 4.19

▲ 고휘주 국립4.19민주묘지 관리소장이 민주화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4.19혁명은 군사정권 시절 ‘혁명’에서 ‘의거’로 격하되기도 했고 일부에선 ‘미완의 혁명’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국민들의 민주화 시위로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바로 1년 뒤 5.16 쿠데타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4.19혁명은 헌법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로 명시돼 있다. 해방 후 민주주의를 도입한 지 12년 만에 일어난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4.19혁명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달 11일 김주열 학생 시신이 발견된 것이 도화선이 됐다고 증언한다.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발견된 김주열 학생의 처참한 모습이 신문에 그대로 실린 것이다.

사람들은 언론이 전한 내용에 격분했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19일 오전 9시 경무대와 중앙청 앞에 엄청난 군중이 집결했다.

당시는 교육 혜택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중‧고등학생들도 깨어있는 의식을 가진 학생들이 많았고, 언론도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를 바로 전했다.

경찰의 무차별 사격은 국민들을 더욱 격노케 했고 정부의 계엄령 선포도 사태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결국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제2공화국이 출범하면서 세계가 우리 민족을 높이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가까이 숨 쉬는 민주주의의 산실 4.19묘지

4.19혁명의 전반적인 모든 내용은 국립4.19민주묘지와 4.19혁명기념관에 그대로 남아 있다.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언론도 통제를 받고 국민들이 스스로 이뤄낸 민주주의의 의미도 격하된 적이 있었지만, 중동과 아프리카에 부는 민주화 바람을 보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4.19의 의미도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1995년 성역화 사업이 준공되고 국립묘지로 승격된 4.19민주묘지는 시민들 가까이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고휘주 국립4.19민주묘지관리소 소장은 “북한산 올레길이 이곳을 지나고 있고 수유동 주민들이 운동이나 산책을 하러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주민들 가까이 숨 쉬고 있는 민주성지라는 것, 많은 학생들이 4.19의 참 의미를 제대로 보고 배울 수 있는 곳, 책 속에서나 보는 먼 옛날의 일이 아닌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 언제든 그때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민주화 성지를 둘러보면서 일부러 교육의 의미를 부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휴식과 운동 등을 통해 민주주의의 정신을 배워갈 수 있다.

▲ 고휘주 관리소장이 어린 여학생이 민주항쟁에 나가기 위해 적어 놓은 편지를 읽어 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고휘주 소장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4.19혁명에 대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도록 4.19혁명기념관을 작년 4월 1일 리모델링 했다”며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해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4.19를 바로 배워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깔끔하게 관리해 국립묘지라는 느낌보다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원같은 느낌의 민주묘지에는 현재 300명이 안장돼 있다. 매년 4월 18일에는 이곳에서 제사를 올린다. 누구나 쉽게 참배 및 이용할 수 있게 입장료 없이 연중무휴로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개방하고 있다.

 

◆생생하게 배우는 당시의 ‘산 역사’

국립4.19민주묘지를 찾아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생생하게 산 역사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1950~1960년대의 사회와 생활상, 정치 등 민주화 운동과는 별도로 그 시절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다.

▲ 1960년대 쓰던 투표용지로 세월의 흐름을 느낄수 있게 해 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작대기로 숫자를 표시한 투표용지, 당시 학생들의 생활상과 정신 등 흥미로운 것이 많다. 4.19의 정신인 ‘자유, 민주,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고휘주 소장은 국립4․19민주묘지의 중점 관리 방침을 세 가지로 설명하며 “보훈가족에게는 최상의 추모 공간이 되고, 청소년들에게는 최대한의 교육 공간이 되며, 국민들에게는 휴식의 장소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제51주년 4.19혁명기념일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4․19혁명 중앙기념식과 추모음악회, 추모제, 사진전, 마라톤대회, 그리고 많은 대학생들과 주요인사의 참배행사 등 전국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는 특별 사진전시회를 열고 있다. 4.19혁명의 시작과 전개과정이 잘 표현된 사진 15점을 전시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4월 혁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달 12일부터 시작된 전시회는 21일까지 수유역 역사 지하1층 고객상담실 옆에서 열리게 된다.

▲ 4.19혁명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현장을 사진으로 전시해 놓고 설명해 놓은 것으로 민주화 역사를 느낄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또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 유족이 처음으로 4.19혁명 유족에게 공식 사죄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사단법인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 기념사업회와 이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 박사는 19일 오전 9시 서울 수유리에 있는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당시 경찰의 총탄에 맞아 숨진 학생과 시민 유족에게 사죄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이 전 대통령 유족의 사죄 성명 발표는 4.19혁명이 일어난 1960년 이후 51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사죄 성명 발표는 지난 2월 기념사업회장으로 취임한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과 이인수 박사의 의지로 결정됐다.

기념사업회는 “정부의 잘못으로 희생된 학생들과 유족에게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하면서 당시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 4.19 유족회 등 관련 단체와 힘을 모아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나라는 많은 우여곡절과 험난한 역사를 겪으며 민주주의를 이뤄냈다. 이는 다른 나라에 본이 돼 우리를 배우려는 나라들도 많다. 정작 우리는 스스로 이뤄낸 민주주의의 가치를 잊기 쉽다.

가까이 있는 4.19민주묘지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 속에서 잊고 있던 정신을 찾고 보다 더 높은 가치를 위해 기꺼이 희생했던 분들의 고마움을 되새겨 보길 권한다.

▲ 4.19민주묘지에 헌화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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