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김여진 등 유명인도 트위터로 조소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우리나라 특급호텔인 신라호텔에서는 한복이 위험한 옷이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쌍화점’의 의상을 제작한 유명 한복 디자이너인 이혜순 씨가 트위터 뉴스 전문 매체 ‘위키트리’에 제보한 내용이 누리꾼들에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씨는 12일 지인과의 저녁 약속 때문에 신라호텔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뷔페 레스토랑 파크뷰 지배인이 “호텔엔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가 있다”면서 “한복은 출입이 안 된다”고 말한 것. 20년간 한복을 입고 다녔던 이 씨는 “한복을 입었다고 어디서도 출입을 금지당한 적이 없다”면서 항의했지만 후에 나온 당직 지배인마저 “한복은 위험한 옷”이라는 궤변을 늘어놔 이 씨를 어이없게 했다. 당직 지배인은 “한복은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한복은 오히려 옆사람과 스쳐도 눌리는 옷”이라고 설명하면서 “혹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제지를 당했다면 이해하겠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제지당한 적이 없다”며 항변했지만 ‘호텔 규칙’이라는 말만 들었다.

이 씨는 “신라호텔에서 한식당이 없어졌을 때도 서운했는데 한복까지 출입금지 시키면 신라호텔의 정체성은 뭔가”라며 미국시민권자들도 동석한 친구모임에서 출입이 거절당한 얘기를 하기도 창피해 그냥 식당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이 씨는 신라호텔에 전화해 드레스 코드를 재차 문의해 봤지만 “한복과 추리닝을 입은 사람은 출입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는 “한복 입은 사람도 식당에 출입이 제지되고 추리닝과 동급 취급을 당하는데 한식 세계화는 왜 하나?”라면서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다. 졸부가 운영하는 식당도 그렇게는 안 한다”고 한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순식간에 트위터에 관련 글을 알리면서 신라호텔 측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금이 일제시대도 아니고…” “호텔에 ‘신라’라는 이름을 쓸 자격이 없다” “한국 호텔에서 한복 출입금지라니 어이가 없다” “추리닝과 한복이 동급인가” “기모노는 가능하냐” “도대체 여기가 어느 나라인가” 등 거세게 비난했다.

유명인들도 동참했다.

개그맨 이병진은 13일 “신라호텔에서 클럽 정모(정기모임)를 한 번 할까 합니다. 일요일 낮에 점심이나 먹죠. 다들 한복 입고 오세요”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사극 ‘대장금’과 ‘이산’에서 각각 의녀 장덕과 정순왕후 역할로 출연했던 영화배우 김여진도 “신라호텔 레스토랑에서 누가 밥 사준다고 할까 봐 미리 하는 고민. 장덕 의녀 버전으로 갈 것인가, 정순왕후 버전으로 갈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이에 김조광수 감독은 “호통치기엔 정순왕후 버전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동조의 글을 올렸다.

누리꾼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신라호텔 측은 한복차림의 손님도 식당에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신라호텔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41) 씨가 지난 3월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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