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범죄 의혹을 안고 갑자기 죽는 바람에 세상이 시끄럽다. 고인이 돼 버린 박 전 시장의 행적에 대해서는 조만간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고, 또 수사 결과에 따라 그에 따른 합당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박 전 시장이 죽음에 따라 그동안 그가 꾸준히 추진해 온 몇 가지 혁신적이고 모범적이라 평가할만한 서울시의 친환경 도시정책이 동력을 잃고 퇴색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다행히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박원순 철학에 따라 시정을 챙길 것”이라고 선언했고, 고인이 최근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건 역시 대통령이 직접 반대 의견을 표명해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 움직임은 없던 일이 됐다.

박원순표 친환경 도시정책 중 무엇보다 계승 유지돼야 할 정책은 도시공원 일몰제로부터 도시공원을 지키는 일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이다. 그 기준이 되는 날이 올해 7월 1일이었다. 이에 따라 당장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공원은 서울에서만 132개, 면적으로 따지면 118.5㎢로 여의도의 40배가 넘었다.

다행히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이렇게 사라질 위기에 처한 여의도 40배 크기의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이라는 새로운 카드로 도시계획시설 상 공원을 용도구역 상 공원으로 바꿔 일몰제 적용을 피했다. 그래서 서울시내 132곳의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예전처럼 산책로나 공원 등으로 시민들이 계속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적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급한 불만 끈 상황이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함부로 신축이나 건축물 용도변경을 할 수 없고, 이로 인해 공원의 난개발은 방지할 수 있지만 사유지를 무조건적으로 규제만 할 수는 없어 장기적으로는 지자체나 국가가 매입해 영구히 공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재정을 투입해 공원 보전을 위한 사유지 매입에도 지속적으로 나설 계획을 수립했었다. 하지만 지자체의 노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해 도시공원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

도시공원의 중요성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도시의 숲은 여름 한낮 평균 기온을 3∼7도까지 낮추고, 습도를 최대 23%까지 상승시킨다. 이뿐 아니라 자동차 소음을 75% 감소시키고, 도시 열섬(Heat island) 완화에도 효과가 크다. 또 빗물을 머금어 도시 홍수 피해를 막거나 저감시키는 것은 물론 미세먼지도 막는다. ​한마디로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자연형 공기청정기’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도심 속의 숲은 이미 우리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국민의 숨 쉴 권리, 건강권, 환경권을 위해 중앙정부가 발 벗고 나서 도시공원을 지키는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제에 따른 도시공원일몰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2020년 7월 1일 전국에서 여의도 면적의 55배 정도의 면적인 158.5㎢이 도시공원에서 해제됐고, 앞으로도 2025년까지 164㎢가 추가로 해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실 도시공원의 해제가 처음은 아니다. 2015년에도 올해 7월 1일 해제되는 면적보다 많은 357.9㎢가 이미 해제된 바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토건적 사고를 조금만 줄인다면 도시공원을 지키는 재정지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지자체 장이든 행정 수반이든 마인드의 문제, 철학과 의지의 문제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도시숲이나 녹지의 생태적 가치는 갈수록 커지겠지만 숲이 파괴되고 개발이 된다면 돌이킬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 전 시장은 마지막까지 도시공원 일몰제와 그린벨트 해제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그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지킨 것은 물론 3천만 그루 나무심기를 2022년까지 차질 없이 완료하겠다는 선언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비한 도시 숲을 더욱 확장시키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런데 그가 떠나자마자 개발론자들이 마치 피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꿈틀거린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하루빨리 더 많은 박원순이 나타나 이를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코로나19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대재앙이 우리를 덮칠 것”이라고 한 원로 생태학자는 경고하고 있다.

“한 평의 공원녹지도 줄일 수 없고 한 뼘의 공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과감한 재정투자와 도시계획적 관리방안을 총동원했다”고 밝힌 박 전 시장의 의지와 철학이 반드시 계승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