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민께 송구” 뒷북 사과… ‘피해자 중심주의’는 없었다
與 “국민께 송구” 뒷북 사과… ‘피해자 중심주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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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이해찬 “피해 호소인 겪은 고통에 깊은 위로”

“자체 진상조사 어려워” 서울시에 공 떠넘겨

박원순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 요구 여론 우세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파장이 확산하는 가운데 여당이 재차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여론 악화에 떠밀린 뒷북 사과인데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지켰다는 말과 달리, ‘피해 호소인’이란 호칭을 사용하면서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해찬 대표는 1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광역단체장 두 분이 사임했다. 당대표로서 너무 참담하고 국민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다만, 이 대표는 광역단체장이란 표현만 썼을 뿐, 구체적으로 박원순 시장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이 대표는 13일 열린 고위전략회의에서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에 공백이 생긴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고 강훈석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대리 사과’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서 이 대표가 재차 사과에 나선 것이다.

실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여론은 악화일로다.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흐름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14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조사 필요’가 64.4%로 절반 이상이었다.

또한 ‘조사 불필요’는 29.1%로 집계됐고 ‘잘 모름’은 6.5%로 나타났다. 권역별로 모든 지역에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무엇보다 20대·30대에서는 성별 차이 없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0%대로 많았다.

이 대표는 또 “피해 호소인이 겪으신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통절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민주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하게 지켰다”고 자평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인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인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하지만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한 대목에서 민주당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일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한편으로 ‘피해 호소인’이라 부르고, 다른 한편으로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있다”며 “결국 당의 공식입장은 ‘피해자는 없다, 고로 가해자도 없다.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이 사안도 마찬가지로 피해자 입장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게 당연하지만, 당으로선 아시다시피 고인의 부재로 인해 현실적으로 조사가 어렵다는 점 이해해 달라”며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의 죽음으로 당 차원의 자체 진상조사는 어렵다며 서울시로 공을 떠넘긴 셈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부적절한 행동을 차단하고 기강을 세울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겠다”면서 “당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도록 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존에 내놓은 대책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미투 사건 당시 성평등 시스템 재점검과 공직자 평가 및 공천 기준 강화, 성인지 감수성 확립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민주당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전전긍긍하는 데는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도 무관치 않다.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민주당으로선 성추행 혐의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퇴한 데 이어 고 박 전 서울시장까지 성추문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궐선거를 후보를 내야 하는지 고민이 깊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 안팎으로 적지 않은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천지일보의 통화에서 “우리 시대의 여성들과 피해를 당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단 자신들의 패권주의, 기득권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고 본다”며 “거대여당이 된 후 오만해졌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추구한 피해자 중심주의와는 전혀 거꾸로 가는 모습을 볼 때, 우리 시대의 젊은이나 여성들이 이 정당이 새로운 미래를 받들 수 있는 정당인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만큼, 국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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